중견제약사, 대형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 유지…주가는 저평가 상태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 높은 품질로 인도·중국 대안될 가능성 높아

지난해 제약 종목은 한미약품(128940)사태와 더불어 임상중단 등 대형 제약사들의 신약 연구개발(R&D) 부진, 기술수출 해지 소식 등이 연이어 전해지며 투자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올해는 대형제약사가 아닌, 내실이 탄탄한 중견제약사에 기대를 걸어보라는 조언이 나왔다. 윤선영 삼성증권 연구원(사진)은 지난 13일 발표한 '중견제약사 - Good to Great' 리포트를 통해 "국내 중견제약사는 현재 도약을 위한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이 언급한 중견제약사는 일양약품(007570), 유나이티드제약(033270), 보령제약, 휴온스(243070), 에스티팜(237690)등이다.

중견제약사들은 과거에 비해 R&D 투자비중을 확대하고 있고, 대형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 개량신약과 제네릭(복제) 완제 의약품 개발을 통한 파머징 시장 수출에 주력하고 있다. 3~4세 오너로의 세대교체,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및 미용 등의 비급여 사업에 대한 활발한 진출 등도 중견제약사의 특징으로 꼽혔다.

윤 연구원은 또 원료의약품(API) 제품을 영위하는 업체들에 주목했다. 최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실사 및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원료의약품 최대 생산지인 인도와 중국의 품질문제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중국과 인도의 대체제로 국내 기업을 주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삼성증권에서 윤 연구원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견제약사’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중견제약사란 구체적으로 어떤 곳들을 가리키나.

“기본적으로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을 기록하는 업체들을 말한다. 이들의 영업이익률은 낮게는 2%대부터 15% 이상으로, 대형사들에 비해 업체별 차이가 큰 편이다.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업체들은 내수비중이 높고, 의원을 중심으로 영업한다. 또 이들은 전문의약품(ETC) 부문은 개량신약과 제네릭 완지 의약품을 주로 취급하고 일반의약품(OTC), 에스테틱(피부미용),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10% 이하인 업체들은 신약 개발이나 해외 수출 확대에 중점을 두고 연구개발(R&D)과 설비증설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일부는 지주사 전환과 그룹 조직개편 등을 통해 사업을 재정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대형제약사 중심으로 악재가 유난히 많았다. 제약 종목의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2015년 상반기에는 한미약품 기술수출 효과로 인해 중견제약사 중에서도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거나 해외 수출증가가 기대되는 업체들 위주로 시가총액이 동반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들어 한미약품 사태, 유한양행의 임상과 기술수출 중단 등 대형사 중심 이슈가 있었다. 주가 측면에서 보면 대형사의 시가총액이 많이 빠졌고,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하향조정 됐다. 다시 말해 대형제약사는 지금 디레이팅(Valuation derating, 기업가치 하향조정) 국면을 맞은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중견제약사는 시가총액은 좀 덜 빠졌고, EPS 추정치도 상향조정 됐다. 그런데도 현재 주가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과도하게 빠진 국면이라고 판단한다.”

-리포트를 보면 국내 주요 14개 제약사 영업이익률을 떨어지는 추세던데, 성장세에 베팅하라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현재 주요 성장 제약사인 중견제약사들의 매출액을 전부 합쳐도 2015년 9조7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당시 일본 1위 제약사인 다케다 제약의 매출액은 18조원 가까이 된다. 1개사 매출액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이것은 아직 그만큼 성장할 여력이 있다는 것, 또는 그만큼 갈 길이 멀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영업이익률도 평균적으로 봤을 때는 영업이익이 빠지는 것이 맞지만, 대형사와 중견사를 나눠 봐야 한다. 대형사는 2009년 리베이트 규정, 2012년 일괄약가 정책 등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R&D 투자가 급증하면서 전반적으로 영업이익률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중견제약사는 지금까지 두 자리수 영업이익률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수익성 측면에서는 대형제약사 대비 중견제약사가 우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재무구조도 중견제약사의 경우 매년 두 자리수의 양호한 영업이익률과 낮은 R&D 투자비중을 유지한 덕분인지 재무구조가 대형제약사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2012년 이후 순부채 비율이 빠르게 낮아지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 신약 개발 중심의 일양약품(007570)을 제외하면 이미 2012년에 순현금으로 전환했다. 대형제약사의 경우 최근 약 5년간 순부채 비율 5~10%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R&D 투자 규모가 작은 것은 오히려 성장 기회가 적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 않나.

“물론 증견제약사가 R&D 투자가 적은 것은 대형제약사에 비해 성장에 있어 불리한 점일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영업 환경의 위험성이 적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강한 규제가 있을 때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재무구조를 갖췄다고 본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대형·중견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율을 보면, 모두 증가 추세다. 특히 중견제약사의 현재 수준은 대형사의 10년 전 수준이다. 그런데 지난해 기술수출에 관한 이슈가 많이 나오면서 지금은 이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오히려 중견제약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다.”

-중견제약사는 제약 업종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한 영향을 덜 받은 것인가.

“아무래도 중견제약사는 R&D 파이프라인이 대형사처럼 여러개를 구비하고 있지 않다. 앞서 말했듯 일양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신약 개발보다는 개량 신약과 제네릭 완제 의약품 제품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다만 유나이티드제약(033270)이나 보령제약같은 경우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출하는 대형사와는 달리 파머징 시장(pharmerging), 즉 남아메리카, 중국, 중동, 러시아, 동남아시아 쪽으로 기존에 수출 체결한 것이 있다. 그런 것들이 좀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파머징 시장이란 이머징+파머시(pharmacy)의 합성어로, GDP가 3만달러 이하면서 2014~2018년 연간 의약품 소비가 10억달러 증가하는 신흥 제약시장을 뜻한다. 향후 의료비 성장 여력이 높은 국가들이다. 인도, 중국, 러시아, 중남미 등이 이에 속한다.”

-리포트에서 대다수 국내 제약사가 오너의 직접경영 형태를 갖추고 있고, 2~4세로의 세대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오너가(家) 경영 방식은 후진적 방식 아닌가.

“우리나라 제약사 대다수가 오너 경영 형태이고, 후진적 방식인 것이 사실이다. 이를 단순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약·바이오 같은 경우 기존의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줄기세포 등 기술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도 최순실 사태, 트럼프 당선 등 불확실성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영진이 교체되는 것은 어떤 변화를 겪을 수 있는 시기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봤다. 새로운 경영진들이 부상하면서 그들이 어떤 경영 철학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사업 전략 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 가능성과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업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건 맞다. 그러나 지금 국내 중견제약사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특히 기존에 워낙 내수에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적극적인 해외 진출 노력이 부족했다. 젊은 경영진으로의 변화가 이런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경험을 많이 한 젊은 사람들이 기업 오너가 돼서 회사를 좀 더 키워보려는 노력을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성장 동력을 분주하게 찾는 시기에 진입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2~4세 오너들이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올해부터 그 결과들이 보일 수 있다. 휴온스(243070)일동제약(249420)같은 경우는 건강기능식품 쪽을 굉장히 강화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방향성을 잡는 데 집중했다면, 이것이 안정화 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사업이 어느 정도 가시화가 될 것이다.”

-리포트에서 원료의약품(API) 시장을 주목했더라.

“원료의약품이란 신약과 제네릭 완제 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한 원재료를 의미한다.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게 만들기 바로 전 단계의 의약품을 말한다. 글로벌 원료의약품 시장은 처방의약품 시장의 성장과 글로벌 제약사들의 의약품 생산 아웃소싱 증가로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용절감과 R&D 집중 등을 목적으로 의약품 생산을 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에 아웃소싱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이 완제(제네릭)의약품 사용 비중을 80%로 높이기로 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업체들의 수혜는 어느 정도일까.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의료비 지출이 급속히 증가하자 국가적 차원에서 완제의약품 사용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 한국 원료의약품 업체들의 꾸준한 수요처였다. 특히 한국의 지리적 근접성, 높은 수준의 생산 설비와 R&D역량, 저렴한 생산단가 등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완제의약품 시장이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워낙 큰 폭의 단가 인하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인도와 중국 등의 원료의약품 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액적 측면에서 국내 기업의 수혜 규모가 급진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내 네트워크를 확보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점진적이고 완만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인도와 중국의 품질관리 문제가 불거졌다고 했다. 그들에 비해 생산비용이 높은 국내 업체가 수혜를 입을 수 있을까.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지난 2008년에 미국 백스터(Baxter)사의 해파린(혈액응고방지제) 원료를 중국 업체가 미국 제약사에 공급한 적이 있었다. 단가를 절감하기 위해 원래 사용하던 재료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중국산 원료를 썼는데, 그게 오염된 물질이었다. 해당 약품을 투여받은 환자 100명 가까이가 사망했다. 이후 유럽 기관이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아직도 해당 유해 물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013년 10월 의약품개정안(GDUFA)를 발표하고, 전 세계 공장들에게 연간 실사 비용을 걷어 해외 공장 실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실사 비용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국 내 공장만 2년에 1회 실사를 받도록 법으로 규정됐지만, 해외 제조공장은 그런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중국은 문제가 많은 건가.

“FDA가 2010~2014년 동안 원료의약품 관련 국가별 경고레터(Warning Letter) 발행 건수를 보면, 미국은 10건인데 비해 인도와 중국이 각각 9건을 받았다. 같은 기간 유럽 EMA의 원료의약품 관련 ‘GMP(의약품제조업자가 우수 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를 위하여 준수해야 할 사항) 비적합’ 판정을 가장 많이 받은 곳도 인도와 중국이었다.

이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결국 선진국 제약사다. 해당 제품에 대한 리콜을 단행해야 할 수 있고, 심지어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원료가 들어간 모든 제품에 대해 수입 금지가 내려지거나 판매허가 취소 등 강력한 조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아웃소싱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품질 문제가 종종 터졌고, 실사까지 강화하는 추세여서 결국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택하는 것은 단가가 조금 높더라도 품질 관리가 되는 업체일 것이다.

저렴한 단가만 주목하던 것에서 벗어나 품질을 보게 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도와 중국 등이 자체적으로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실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합병(M&A) 등을 통해 기업 수를 줄이고 있지만, 이 문제들이 단기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

-국내 원료의약품이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지는 못한 것인가. 성장을 위한 어떤 경쟁력이 있나.

“그렇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가 아시아 지역에 생산 기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인도와 중국 업체의 대안으로 한국 업체를 생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제약업체들은 보통 지역적인 거점을 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업체들은 까다로운 일본 원료의약품 시장에서 인정받은 경력이 있다는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단가가 높은 편이라 경쟁력이 낮고, 대만이 원료의약품을 조금씩 취급하고 있지만, 워낙 업체 수가 적다.

다만 국내에는 에스티팜(237690)을 제외하고 원료의약품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업체는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아직 성공을 단정지어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확실히 성장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한미약품 사태 이후 제약 종목 공시제도 강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업계의 반응은?

“업계에서 큰 반응은 없었다. 중견제약사는 기술수출을 크게 하는 곳이 별로 없으니까. 개인적으로는 공시를 하는 것은 맞지만, 세부 조항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다. 비밀유지를 해야 하는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공시하면 투명성은 제고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업체의 기술계약 조건 등을 모두 공개하게 되면 그만큼 글로벌 경쟁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기술수출 관련 이슈로 기술수출에 중점을 두지 않은 제약 종목들까지 큰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단기적인 주가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또 이번 사태로 인해 기술수출을 해도 분명히 파기될 수는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확실하게 각인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 점은 긍정적 효과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