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건설은 충청권을 대표하는 중견 건설사다. 1970년 도급한도액 400만원으로 출발한 계룡건설은 한 해 매출액 1조5222억원, 시공능력평가 17위의 건설사로 성장했다. 창업주 이인구(85) 계룡건설 명예회장이 지난 2008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이 회장의 막내 아들인 이승찬(41) 계룡건설 사장이 2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계룡건설(013580)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계룡건설의 최대주주는 이인구 명예회장으로 지분 16.71%를 보유하고 있다. 이승찬 사장이 14.21%의 주식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 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43.46%로 경영권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 명예회장의 지분이 이 사장에게로 넘어가면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다.

계룡건설은 지난 2013~2014년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부실과 공공공사 발주량 감소로 고전했지만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실적은 전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 공사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줄여 회계에 반영했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과 대표이사 해임 권고 조치를 받았다. 회계처리기준 위반은 계룡건설이 떼야 할 ‘꼬리표’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 2년 연속 적자 털고 2015년 흑자 전환 성공

1970년 대전을 기반으로 설립된 계룡건설은 토목, 건축, 주택, 플랜트,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 전 분야에 걸쳐 사업 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동안 정부세종청사와 충청남도청사, 대전시청 등 대형 공공청사와 울산~포항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부고속철도, 대전 지하철 등 국가기반시설 공사를 수행했다. 2000년부터 아파트 브랜드 ‘리슈빌’을 개발해 주택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잘 나가던 계룡건설에도 위기가 닥쳤다. 2013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부실로 대규모 손실을 낸 데 이어 2014년에는 주력 분야인 공공공사의 발주량 감소와 수주경쟁 심화로 원가율이 높아져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계룡건설은 2013년 영업손실 500억원, 당기순손실 793억원으로 사상 첫 적자를 냈다. 미분양이 적체된 부실 PF사업장에 대한 주택 관련 대손충당금과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손실이 커졌다. 2014년에는 영업손실이 1036억원에 달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한계기업(좀비기업)으로 몰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룡건설은 지난해 주택경기 호황 덕분에 영업이익 361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도 169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1조5222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최저가낙찰제로 수주한 부실 프로젝트가 대거 정리되면서 원가율이 안정됐고 소규모지만 자체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 성공도 실적 반등을 거들었다.

지난해 11월 말 ‘광주 용산지구 리슈빌’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둘러보고 있다.

◆ 오너일가 지분 43.46%로 계열사 지배…계룡건설 지주사 역할

계룡건설은 총 18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데, 이 중 계룡건설만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나머지 계열사는 모두 비상장사다. 계룡건설이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며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인구 명예회장은 계룡건설 지분 1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어 이승찬 사장이 14.21%의 계룡건설 주식을 가진 2대 주주다. 이 외에도 자식과 친인척, 계룡장학재단 등 이 명예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43.46%에 달한다.

계룡건설은 계룡산업 49.89%, 케이알산업 72.78%, 계룡리조트 30%, 케이알유통 50%, 케이알D&D 40%, 계룡미얀마 60% 등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다. 계열사는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예컨대 케이알산업은 케이알개발의 지분을 50% 보유하고 케이알개발은 계룡산업 지분 9.71%를 소유하는 식이다. 케이알유통은 퍼스트개발 외 9개 계열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이 명예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 43.46%로 계룡건설을 지배하고 계룡건설을 통해 다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인구 명예회장은 슬하에 1남8녀를 두고 있다. 이승찬 사장은 이 명예회장의 외동 아들이자 막내다. 계룡건설 주주명분엔 이 명예회장의 친인척들로 빼꼭하지만, 이승찬 사장을 제외한 8명 자녀의 계룡건설 지분율은 0.35~0.38%에 불과하다. 이 명예회장의 지분이 이 사장에게 넘어가면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 ‘이승찬 체제’ 2세 경영 안착 좀 더 지켜봐야

이인구 명예회장은 1996년 회장직을 내놓았고, 2008년에는 대표이사직마저 내놓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고령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일찌감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승찬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2014년이다. 이전까지 이 명예회장의 공백을 동생인 이시구 회장과 한승구 부회장이 메웠다. 이승찬 사장은 1976년생으로 대전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두산건설에 입사해 3년간 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다가 2002년 계룡건설 관리본부 임원으로 옮겼다. 이후 10여년간 관리본부 전무, 본부장, 총괄부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2세 경영을 준비했다.

이승찬 사장은 2014년 사장으로 승진하며 한승구 부회장과 각자대표를 맡았고 지난해 3월 한승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하며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다. 계룡건설의 ‘이승찬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이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계룡건설은 대체로 순항 중이다. 2년 연속 적자를 내던 계룡건설은 2015년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실적도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직 2세 경영체제의 안착 여부를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2년 동안 잠재부실을 선반영한 효과와 주택시장 호조에 따른 실적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어떻게 바꿀지도 숙제다. 계룡산업은 건설업계에서도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가진 대표적인 중견 건설사로 평가된다. 실제 계룡건설은 업황에 따라 주력인 민간과 공공공사로 번갈아 중심축을 바꾸며 공격적인 사업보다 안정적인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 회계처리기준 위반 ‘주홍글씨’

계룡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관급공사 비중을 늘렸다. 보수적인 사업전략으로 2008년 이전 55% 내외였던 관급공사 매출 비중을 2009~2010년 75%가량으로 늘렸다. 하지만 관급공사 발주물량 감소에 따른 수주잔량 감소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민간사업 자제로 2012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2000억원 가량 줄었다.

관급공사 발주량 감소는 건설사간 출혈경쟁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수주한 공사는 수익성 악화로 나타났다. 2008년 90%대를 기록했던 매출 원가율은 2013~2014년 100%가 넘으며 적자를 봤다.

관급공사 수익성 악화와 민간사업 공사대금회수 지연 등이 겹치면서 계룡건설은 2013년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이듬해에도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계룡건설의 이자보상배율은 2013년 -1.8에서 2014년 -4.8까지 떨어지며,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좀비기업으로 내몰렸다.

문제는 계룡건설의 대처였다. 과거 공사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줄여 회계에 반영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2월 초 계룡건설에 대해 회계 처리 기준 위반으로 과징금 195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대표이사 해임권고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3월 한승구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한 것이 해당 조치에 따른 것이다.

계룡건설은 2010~2013년 공사 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최대 564억원까지 과소 계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과 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돌려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인식해 미리 재무제표에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해둬야 한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지적사항과 관련해 현재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할 추가 손실금액은 없다”며 “회계 투명성 제고와 내부 감시를 강화해 앞으로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