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선박에 적용해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합니다. 운항의 즐거움은 매력적인 휴가를 제공할 것입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쇼(CES)의 기조연설을 맡은 아놀드 도널드 카니발코퍼레이션(Carnival Corporation)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과 IoT를 도입한 10여개의 유람선 여행상품을 내놓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5일 CES 2017의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선 아놀드 도널드 카니발코퍼레이션 CEO.

올해로 50회를 맞는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17은 그야말로 ‘영역 파괴’의 장이었다. IT 중심의 기조연설과 전시가 아닌 패션, 유통, 여행,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IT 기술과 융합해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CES를 주관하는 CEA(전미소비자가전협회)가 지난 2015년 협회명을 CTA(전미소비자기술협회)로 바꾼 것도 가전이라는 단어로는 CES의 큰 흐름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스포츠의류 브랜드 대표들이 CES 기조연설자로

세계 최대 크루즈 여행 업체 카니발코퍼레이션은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여행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고 했다. 도널드 카니발 코퍼레이션 CEO는 기조연설에서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 개인화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가령, 여행객이 작은 메달 모양의 사물인터넷(IoT) 기기인 ‘메달리온(Medallion)’을 목걸이나 손목시계처럼 착용하고 크루즈에 올라타면, 크루즈 내에서 주문·결제·객실 출입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배 안에서 지갑이나 신분증, 티켓 없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 의류 기업 CEO의 기조연설도 있었다. 주인공은 언더아머의 수장인 케빈 플랭크 CEO다. 플랭크 CEO는 인공지능, IoT 등 IT 기술이 운동선수의 실력 향상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언더아머는 신고 달리면 운동 기록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확인 가능한 ‘커넥티드 슈즈’를 공개했다.

언더아머의 ‘커넥티드 슈즈’를 신고 달리면 달린 거리, 속도, 칼로리 소모량 등 운동 기록을 모두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커넥티드 슈즈는 운동화 교체주기를 알려준다. 사용하던 운동화에 저장된 데이터를 다른 운동화로 쉽게 옮길 수 있다.

최대 5회까지 운동 데이터를 운동화에 자체 저장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있어야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던 기존 웨어러블 기기의 불편함을 개선했다. 사용자는 운동을 끝낸 후 집에 돌아가 운동 기록을 스마트폰에 동기화하면 된다.

◆아날로그 레고 조립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다

레고(Lego)그룹이 이번 CES에서 공개한 코딩 교육 로봇 키트 ‘레고 부스트(Lego Boost)’는 단순 조립품에 불과했던 레고에 ‘생명’을 불어넣을 줄 제품이다.

레고는 블록을 이용한 코딩 교육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마인드스톰’과 ‘위두’ 등 교육용 프로그래밍 도구를 만들어왔다. 이번에 출시한 레고 부스트의 겨냥 연령대는 미취학 아동·초등학생으로 연령층이 낮아졌고, 더 재밌어졌다는 평가다.

레고 부스트와 태블릿 PC를 이용해 조립 결과물이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있게 프로그래밍 하고 있다.

레고 부스트로 고양이, 기타 등 총 5가지 종류의 로봇을 만들 수 있는데, 제품에 포함된 845개의 여분 레고 블록을 활용해 나만의 로봇도 만들 수도 있다. 로봇의 움직임을 위한 모터와 색깔·거리 감지 센서도 포함돼있다.

로봇을 다 만들면 iOS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로봇이 움직이거나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은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동작 명령이 입력된 여러 개의 버튼들을 이어 붙이는 ‘드래그-앤-드롭(drag-and-drop)’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면, ‘노란색을 만나면’ 버튼과 ‘음악 재생’ 버튼을 이어 붙이면 로봇이 돌아다니다가 센서로 노란색을 감지하면 음악이 나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동작을 이용해 춤을 추게 하고, 특정 음성 녹음을 재생하게 할 수도 있다. 레고 부스트는 2017년 하반기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일상 깊숙이 스며든 AI...칫솔·쓰레기통·샤워기까지 스마트하게

인공지능(AI) 칫솔도 등장했다. 프랑스 스마트 칫솔 기업 콜리브리(Kolibree)는 AI 칫솔 ‘아라(Ara)’를 공개했다. 아라는 콜리브리 자체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칫솔질 데이터를 기록하고, 구강 위생 상태에 따라 ‘맞춤 피드백’을 제공한다.

아라는 기존의 스마트 칫솔과 달리 스마트폰 앱과 연결하지 않아도 칫솔의 센서에서 추출된 구강 위생 정보를 자체적으로 저장, 분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출시됐던 스마트 칫솔이 앱과 연결된 상태가 아니면 구강 정보의 저장, 분석이 불가능했었던 단점을 개선한 것으로 보인다.

아라는 2월까지 79달러(약 9만원)로 예약 구매할 수 있다. 이후에는 정식 출시돼 129달러(약 1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쓰레기통에 부착된 제니캔의 모습, 바코드에 음료수 캔을 인식시키고 있다.

쓰레기통도 똑똑해진다. 이번에 공개된 ‘제니캔(GeniCan)’은 쓰레기통용 부착 센서다. 이 센서는 버려지는 식료품 상자의 바코드를 스캔해 자동으로 구매해야 할 식료품 리스트를 작성하고, 자동으로 주문도 해준다.

쓰레기통 테두리에 부착 가능하도록 제조됐으며 사용자는 빈 상자를 버리기 전에 제니캔에 해당 식료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제니캔이 알아서 해당 식료품을 제니캔 앱의 구매 리스트에 추가하고 주문해주는 방식이다. 바코드가 인식이 안될 경우에는 음성 명령으로 원하는 식료품을 추가할 수 있다.

자동 주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사용자는 아마존의 ‘대시보충서비스(DRS)’에 가입 해야한다. DRS는 지난 2015년 아마존이 시작한 사물인터넷(IoT)기반 주문 서비스다. 세제, 약품 등 소모품이 바닥나기 전에 센서가 이를 인식해 주문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제니캔은 현재 129달러(약 15만원)에 예약 주문할 수 있다. 정식 출시는 올해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수도 요금을 아껴주는 스마트 샤워기도 공개됐다. 프랑스 샤워기 기업 스마트앤블루는 샤워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스마트 샤워기 '하이드라오(Hydrao)'를 공개했다. 하이드라오는 발광다이오드(LED) 색의 4가지(녹색·청색·보라색·적색) 변화로 물 소비량을 알려준다.

사용자는 하이드라오 앱에서 색 변화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물 소비량 50L에 도달하면 녹색, 100L는 청색, 150L 보라색, 200L가 넘어가면 적색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하이드라오를 사용하면 물 소비량을 가늠할 수 있어 샤워 시간 단축과 수도 요금 절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드라오는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와도 연동된다. 하이드라오를 알렉사와 연동해 놓으면 알렉사에게 하이드라오에 측정된 물 소비량과 수도 요금 절약한 비용을 물어볼 수도 있다. 하이드라오는 현재 99달러(12만원)에 예약 주문이 가능하며, 출시는 올해 말쯤으로 예상된다.

◆ 뷰티도 ‘과학적으로’

사물인터넷(IoT)과 발전된 센서 기술 덕분에 집에서도 누구나 뷰티 전문가에게 관리받을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미용 회사 로레알(L’Oreal)의 프리미엄 헤어 케어 브랜드 ‘케라스타즈(Kerastase)’가 노키아 산하 디지털 건강관리 업체 ‘위딩스(Withings)’와 손잡고 사물인터넷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헤어 브러쉬를 개발했다. 이 브러쉬에 부착된 고급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모발 상태, 빗질 형태 등을 측정해 모발 관리에 도움을 준다.

로레알의 헤어 케어 브랜드 케라스타즈의 스마트 헤어 브러쉬, ‘헤어 코치’.

로레알의 신호 분석 알고리즘과 위딩스의 디자인을 결합해 만든 이 스마트 브러쉬는 빗질 소리 패턴을 정밀 분석해 모발 유형, 건조 상태, 부드러움 정도, 두피 상태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브러쉬의 센서가 수집한 정보는 전용 앱에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로 전송돼 분석 과정을 거친 후 사용자에게 모발 관리 조언을 해 준다.

거울에 얼굴만 비치면 알아서 피부 상태를 측정, 분석해주는 스마트 거울도 나왔다.

CES 2017에서 공개된 ‘하이미러 플러스(HiMirror Plus)’는 화장실 세면대, 화장대 등에 기기를 붙이면 사용자의 얼굴을 스캔, 분석해 피부 상태를 개선 방법을 알려준다. 이전 버전인 ‘하이미러(HiMirror)’에서 LED조명 조절 기능이 추가됐다.

스마트 거울 ‘하이미러’.

음성이나 손동작으로 하이미러 플러스를 작동시키고 기기에 부착된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면, 사용자 얼굴의 주름, 기미, 모공, 안색 등을 측정해 각 부문별로 점수를 매겨 어느 부분의 상태가 가장 낫고, 심각한지 정밀하게 알 수 있다.

하이미러 플러스로 피부 상태를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Youtube)에 올라온 동영상을 볼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