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야스 유이치, 타이 후이

"수출 의존·노동·교육·금융 등 구조개혁이 급한데, 정치 스캔들이 발목을 잡았다."(다카야스 유이치 다이토분카대학 교수)

"미국 금리 인상으로 강(强)달러가 계속되면 자본 유출 압력이 커질 것이다."(타이 후이 JP모건 아시아 수석 시장전략가)

산업구조 개편과 노동시장 개혁, 부채 관리 등 지속 성장을 위한 구조 변화를 이루지 못한 한국은 올해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혼란으로 경기가 위축되고, 외부적으론 트럼프 미 정부 출범으로 보호무역주의의 파고가 높아질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과 해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위험하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속속 내보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 낮춘 2.6%로 제시했다. 한국 정부의 지출이 둔화하고, 글로벌 교역이 줄어들고, 산업 구조조정이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3.0%)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코시 마타이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소득 불균형, 고령화, 낮은 수준의 사회 복지 등 잠재적인 위험 요소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면서 "창업에 대한 장벽이 높고 여성과 젊은 층(15∼29세)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 등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발등의 불'을 끄는 데에만 급급해 생산가능인구 감소나 성장률 저하와 같은 중장기적 문제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부터 한국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본격적으로 감소한다.

후쿠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는 "(나는) 10여년 전부터 일본을 예로 들면서 정부가 고령화·저출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한국은 마치 남의 집 일인 양 무심했다"면서 "노동력이 줄면 소비 주력층 감소로 이어져 오랜 소비 절벽을 만들게 되니 서둘러 경제성장 틀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카야스 유이치 다이토분카대학 교수는 "한국은 규모는 작아도 기술력이 높아 경쟁사와 차별화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는다"면서 "압도적으로 많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대기업과 함께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구조로 바꾸지 않는 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타이 후이(Tai Hui)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 달러화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진행되면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미국으로 갈 수 있다"면서 "한국은 개방형 경제라는 특성상 다른 신흥국보다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의 현금인출기(ATM)라고 불리는 한국에서 돈을 빼 미국으로 유턴하는 자금 수요가 커진다는 의미다.

BNP파리바증권은 '미국 퍼스트'라는 보호무역정책과 강달러에 취약한 3대 신흥국으로 말레이시아, 헝가리 그리고 한국을 꼽았다.

시장 참여자들이 깜짝 놀랄 만큼 과감한 정책을 내놓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좌교수는 "과감한 금리 인하 카드를 쓴다면 신뢰가 올라가 소비와 투자가 늘고, 고용 창출로 이어지면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