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가계 부채 관리, 미국발 추가 금리 인상, 예년보다 30% 많은 입주 물량 등으로 작년보다 침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지가 지난달 30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부동산 전문가 10명은 한목소리로 "새해에는 조정기를 거치며 주택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며 집값 상승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집값 변동률은 0~1% 정도로 보합세, 지방은 1~2%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10명 중 2명은 "지방 주택 시장은 전년 대비 최대 5%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국 집값이 2%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수도권 집값 보합세, 역전세난 가능성"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주택 가격은 0.5% 상승, 지방은 0.7% 정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아파트 수요가 탄탄한 수도권은 미미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지방은 2015년부터 쏟아진 분양 물량이 본격적인 입주에 들어가고,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와 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후퇴기에 본격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경기도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한 ‘금호어울림 레이크2차’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 이 단지는 총 681가구가 계약 시작 7일 만에 모두 팔렸다. 올해는 금리 변수와 공급 과잉 등에 대한 우려로 주택시장이 다소 위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장 전문가의 의견도 비슷했다. 시행사 '피데스개발' 김승배 대표는 "수도권은 외국인 증가 등 인구 유입 요인이 있어 수요가 유지되지만, 비수도권 지역은 산업 기반이 침체하고, 신규 아파트 물량이 대폭 증가해 집값이 5% 넘게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세 시장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전국 전세금이 작년 대비 -1~2%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입주 물량이 몰리는 경기 화성·평택·용인·남양주 등과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못 찾는 역전세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전국 입주 예정 물량은 37만가구로 1999년(36만9541가구) 이후 최대 수준이다. 입주 물량이 적었던 2012년(17만9000가구)의 2배 수준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41만가구가 입주자를 기다릴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서울 동남권이나 지방 혁신도시 등 입주 아파트가 쏟아지는 지역에서 단기적으로 역전세난이 빚어질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선 세입자가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입주량이 증가하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기존 월세를 놓던 집주인들도 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전세 '반짝 부활' 국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위축 속 저가 매수 기회 있을 수도"

정치권이 대선 정국에 진입한 것도 부동산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월세 상한제, 상가 임대차 보호 강화 등 경제 민주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탄핵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리스크가 경제 상황에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부동산 시장은 바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장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관망이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시세 차익을 노리거나 과감한 투자가 어울리는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며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정책실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주택 시장 조정 현상이 나타나고, 이 추세가 201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가 나빠지면서 법원에 경매로 나오는 매물이 늘고, 저가 매수할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올해 부동산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서울 도심이나 공공택지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상품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는 가격 조정을 거쳐도 2~3년쯤 긴 안목으로 투자하기 좋고, 수도권 공공택지지구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설문에 응해주신 분(가나다 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정책실장, 심교언 건국대 교수,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