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평택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단지에 핵심 엔지니어들을 대규모로 파견해 공장 가동을 앞당기기 위한 셋업(Setup) 작업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시안 공장과 함께 삼성의 3D 낸드플래시 핵심 생산기지가 될 평택 공장은 2017년 1분기에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이달 들어 3D 낸드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평택 반도체 산업단지에 500여명의 엔지니어를 투입했다. 11월 말 삼성전자는 전영현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발대식을 개최하며 성공적인 라인 구축을 다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산업단지 조감도.

삼성전자 평택 공장은 1차 투자금액으로 역대 최대액인 15조6000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반도체 단지다. 총 부지 면적 289만㎡(87.5만 평)에 4개 생산라인과 기숙사를 포함한 각종 시설이 구축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전체 투자금액이 1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가장 큰 규모의 반도체 공장이다.

삼성전자의 평택 공장 가동 계획은 내년 1분기 웨이퍼(Wafer) 투입, 2분기 3D 낸드 제품 출하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최소 6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평택 공장 건설을 시작한 지난해만 해도 삼성전자는 2017년 하반기 또는 2018년에 3D 낸드플래시 본격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3D 낸드플래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을 앞당겼고, 대규모 엔지니어를 평택 공장에 빠르게 투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평택 반도체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전자의 3D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이 내년 연간 기준으로 최대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의 최근 보고서는 현재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6~17만장 수준으로 추정되는 삼성의 전체 3D 낸드 생산량이 내년 말 기준으로 32만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과감하게 3D 낸드 생산능력을 키우는 이유는 최근 낸드 시장에서 '품귀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확대와 스마트폰 내장 메모리 고용량화 추세가 전체 수요를 이끌고 있다.

수요 급증에 따라 낸드플래시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대표 품목인 eMCP(임베디드 멀티칩 패키지)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10~15%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내년 1분기에도 10%대의 가격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뿐만 아니라 도시바, 웨스턴디지털(WD), 마이크론, 인텔을 비롯해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도 낸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청주공장에 2조2000억원을 쏟아부어 3D 낸드 전용 라인을 깔기로 했고, 일본 도시바도 8조원 이상 재원을 투입해 일본 시가현 요카이치(八日)에 3D 낸드용 공장을 증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평택 공장 이후 중국 지역에서 3D 낸드 추가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최대의 3D 낸드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공장 1라인이 사실상 '풀가동' 상태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삼성 내부적으로는 2단계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안 공장은 부지 면적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최대 4개의 반도체 생산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과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산업과 마찬가지로 메모리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메모리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 입장에서는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전략적으로 안전한 판단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