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꽂지 않고 귓바퀴에 착용하는 이어폰,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친환경 3차원(3D) 프린터 소재, 인터넷을 통해 투자금 150만달러를 유치한 스마트 줄자….

'한국에서는 창업해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기능 상품으로 무장한 한국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이 국내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스타트업들은 인공지능(AI)·친환경·보안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

이달 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6 창조경제박람회'에는 국내 68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박람회 행사장 내 '스타트업 존'에는 정부와 민간에서 주최한 창업경진대회 입상팀들이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관람객과 투자자들에게 소개했다. 전시장을 찾은 김동만(39)씨는 "실제로 출시되면 사고 싶은 제품들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면서 "젊은 창업자들이 자신이 만든 제품에 큰 자부심을 갖고 설명하는 것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에서 동상과 한국무역협회장상을 수상한 이어폰 업체 '네오폰' 부스는 제품을 착용해보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분주했다. 기존 이어폰은 귓속에 끼워서 사용하기 때문에 귀가 가렵거나 아프고 잘 빠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네오폰은 귓바퀴에 두르는 형태의 이어폰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스마트폰에 도착한 문자나 이메일을 음성으로 바꿔 들려주는 '문자음성 자동변환기술(TTS)'을 탑재한 스마트 이어폰이다. 또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 TV나 집 안 전원 등을 말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승철 네오폰 대표는 "가전제품과 주변 기기 등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한 제품"이라며 "최근 중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3D 프린터 기업인 '에스엠베스트'는 새로운 개념의 3D 프린팅 소재를 선보였다. 현재의 3D 프린터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한다.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에스엠베스트는 커피 찌꺼기, 보리 찌꺼기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자원을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한 끝에 부경대 연구팀과 함께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3D 프린팅 소재를 만들어냈다. 이 소재는 플라스틱이나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기존 3D 프린팅 소재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3D 프린터 작업을 하는 동안 구수한 커피 향을 낸다. 에스엠베스트 관계자는 "출력하는 동안 막히는 증상도 없고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다"면서 "100% 친환경 소재만이 받을 수 있는 유럽연합의 유해물질제한 시험도 통과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스타트업과 대기업 부스를 구경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모두 68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독특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4차 산업혁명 이끌 제품들 선보여

보이스 피싱, 해킹 등 최근 사회문제화된 보안 분야의 신기술을 선보인 스타트업도 있다. '에잇바이트'는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지원하는 IC카드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안전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세이프터치' 기술을 은행에 공급하고 있다. 세이프터치 기술은 보안카드나 공인인증서 등을 이용한 기존 방식보다 절차는 줄이면서 해킹 위험을 낮췄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결제 기기에 가져다 댄 뒤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된다. 김덕상 에잇바이트 대표는 "보안카드나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 등을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면서 "증권사에 세이프터치 기술을 도입하면 주식거래를 할 때마다 전자 서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미국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150만달러 투자를 유치한 '베이글 랩스'의 스마트 줄자, AA 또는 AAA 사이즈 배터리를 휴대전화 충전기로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든 '몬스터 배터리', 뇌졸중 환자들의 재활을 돕는 '엠지'의 재활 게임, 유치원생·치매 노인 등의 실종을 방지하기 위해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주는 '스파코사'의 웨어러블(착용형) 디바이스 장치 등도 큰 관심을 모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4일간의 창조경제박람회 기간에 9만6532명이 전시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고경모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박람회에 참가한 스타트업들을 통해 한국에서도 창업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