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라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 이하 ‘브릿지워터’)’가 회사 경영 대부분을 자동화하는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는 레이 달리오(Ray Dalio) 브릿지워터 창업자의 아이디어다.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브릿지워터가 회사의 경영 방향을 제시하고, 심지어는 어디에, 어떻게 전화를 해야하는지 등의 사소한 업무까지도 알려주는 AI 시스템 ‘프리OS(PriOS)’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프리OS 개발은 IBM에서 AI 기술을 접목한 슈퍼컴퓨터 ‘왓슨’을 개발한 데이비드 페루치(David Ferrucci) 박사가 이끄는 브릿지워터의 AI 사업팀이 맡았다. 브릿지워터는 2015년 2월에 페루치 박사를 영입해 만든 AI 사업팀을 꾸렸다.

프리OS는 아직 개발 중이며, 진행 상황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를 경영하는 AI 시스템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달리오 창업자의 경영 철학에서 나왔다. 달리오는 평소 “모든 인간은 기계처럼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감정에 영향을 받아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달리오가 “직원들의 뇌를 AI 알고리즘에 넣으려한다”고 보도했다.

브릿지워터는 이 AI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모든 직원의 회의를 녹음하고, 직원이 서로의 실수를 평가하게하는 등 직원들의 데이터를 모으는 중이다.

여러 직원 중에서 딜리오의 결정은 가중치를 더해 저장된다. 그의 결정이 합리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AI도 그의 뇌를 모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브릿지워터의 한 직원은 “달리오의 뇌를 컴퓨터에 넣으려 한다”고 표현했다.

달리오 창업자의 궁극적 목표는 훗날 자신이 더이상 회사에 있지 않아도 AI가 그를 대신해 최적의 경영적 판단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브릿지워터가 경영난으로 인원 감축을 감행하는 등 내부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자, 달리오 창업자가 AI를 이용한 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브릿지워터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데빈 피들러 미래예측연구소(IFTF) 연구 부문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브릿지워터의 결정이 말도 안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경영의 대부분이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고 소프트웨어가 이런 부분에서 뛰어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AI가 내린 경영적 결정을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따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학자 졸탄 이슈트반은 “이것이 실현되면 회사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