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할 수 있는 컴퓨터, 휘어지는 배터리, 사람 몸에 들어가 작동하는 인공 장기…. 이런 미래 기기 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소재다.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는 더 이상 작게 만들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고 현재의 컴퓨터 구성품들은 유연성이 거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같은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신(新)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2025년까지 정보통신기술(ICT), 에너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소재 20가지를 개발하겠다는 게 목표다. 핵심은 10년간 3066억원이 투입되는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이다. 빅데이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이용해 후보군을 탐색한 뒤 신소재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32개 과제를 선정, 10개 연구단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단도 있다. 김영근 고려대 교수가 이끄는 스핀궤도소재연구단은 이리듐과 망간을 이용한 반도체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새로운 소재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동작 속도가 기존 반도체보다 10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포스텍 김형섭 교수는 고엔트로피 합금연구단을 꾸려 극한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를 만들고 있다. 5가지 이상의 원소를 섞어 각 원소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건설 현장은 물론 우주·항공 산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소재, 사람의 몸처럼 손상되면 스스로 복원되는 소재 등도 개발되고 있다. 미래부 홍남기 1차관은 "전 세계 소재 산업 규모는 연평균 5.2%씩 성장해 2018년이면 10조달러(약 1경1939조원)에 이를 전망"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첨단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도 소재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