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자인 A씨는 해외에서 망고를 들여오기로 했다. 망고를 있는 그대로 들여오는 게 아니라 먹기 좋도록 네모 모양으로 절단하고 막대기를 꽂은 다음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 수입할 계획이었다. A씨는 부가가치세를 내야 할지 말지 아리송했다. 수입물에 대한 부가세는 미가공일 때는 면세(免稅)지만, 본래의 성질이 변하는 가공을 거치면 납부 대상이기 때문이다. A씨는 국세청의 '세법해석 사전답변제도'를 활용해 문의했고, 국세청은 "냉동하고 절단한 정도라서 원래 생산물의 성질이 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회신했다. A씨는 마음 편하게 망고를 수입할 수 있었다.

일선 세무서는 사전 답변보다 불리한 처분 못 해

국세청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세법해석 사전답변제도가 갈수록 호응을 얻고 있다. 납세자가 특정한 거래에 대한 세무 신고를 하기 전에 세금 부과 대상인지 여부를 문의하는 제도다. 납세자 신청이 들어오면 국세청은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줘야 하며, 일선 세무서는 국세청이 내린 결론을 뒤집어 납세자에게 불리한 처분을 할 수 없는 구속력이 생긴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의 개별유권해석제도(PLR), 일본의 사전 조회에 대한 문서회답제도, 독일의 사전세무조정제도(ATR) 등을 벤치마킹해 국세청이 2008년 도입했다. 올해 11월까지 모두 4302건을 접수했고, 4180건을 처리했다. 신청 건수는 2013년 493건이었지만 해마다 계속 증가해 올해는 11월까지 594건이 접수됐다.

이 제도의 장점은 과세 여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다. 과세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세무 신고를 했다가 과다한 세금이 부과되면 이의신청, 조세심판청구, 행정소송 등 긴 불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미리 국세청에 유권해석을 의뢰해서 답변을 듣고 세무 신고를 하면 세무서가 국세청의 답변 내용에 반하는 처분을 원천적으로 할 수 없어서 불복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을 아끼고 금전적 손해도 줄일 수 있다.

국세청은 납세자들이 사전답변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납세자에게 편리할 뿐 아니라 세무 행정의 불합리한 부분을 시정하는 계기로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20대 청년 B씨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에게 주어지는 소득세 감면 혜택을 받았다. 그런데 회사가 갑자기 분할돼 신설 회사로 소속을 옮기게 되자 B씨는 계속 감면 혜택이 가능한지 국세청에 문의했다. 국세청은 청년 취업을 촉진한다는 제도 취지를 고려해 감면 혜택을 계속 주기로 결정했을 뿐 아니라 올해 조세특례제한법에 중소기업의 분할·합병 이후에도 청년 취업자에게 소득세를 감면해준다는 규정을 넣어 제도를 명확하게 했다.

부가세 신청 많아…문자 메시지로 처리 상황 전달

국세청은 사전답변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2008년 시행 당시는 사업자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2010년부터 사업자가 아닌 개인도 신청할 수 있다. 문자 메시지로 처리 진행 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2012년에는 유권해석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심사를 맡는 국세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장을 국장급에서 국세청 차장(1급)으로 격상시켰다. 사전답변제도를 신청한 세목(稅目)은 부가가치세가 33.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법인세(25.7%), 양도세(13.6%), 소득세(11%) 순이었다.

사전답변제도를 신청하려면 국세청 홈페이지(nts.go.kr)에서 서식을 내려받아 우편 또는 방문 접수를 하면 된다. 2015년부터는 국세청의 대민(對民) 포털 사이트인 홈택스(hometax.go.kr)를 이용하는 인터넷 신청도 가능해졌다. 세무사를 통하지 않고 스스로 신청하는 비율은 50% 정도로 혼자 힘으로도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반드시 법정 세금 신고 기한 내에 신청이 이뤄져야 정식으로 신청이 접수된다는 것이다. 정종식 국세청 법령해석과장은 "사정상 특별히 빠른 유권해석을 원하는 납세자에게는 보통의 절차보다 빨리 회신해주는 신속 처리 신청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