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대규모 인원 감축을 하면, 그 순간에는 좋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기업에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지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서 30년간 경제 기자로 일하다 한국에 정착한 다마키 다다시(玉置直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이 내린 진단이다. 그는 한국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해서 임직원들을 함부로 내치는 풍토는 결국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습니다."

다마키 고문은 "IMF 이후 한국 기업들은 그때 기억이 트라우마가 됐는지 툭하면 위기 경영, 긴축 조정을 강조하는데 너무 잦다 보니 피로감만 쌓일 수 있다"면서 "10년 후 기업이 어떻게 성장할까를 긴 호흡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일본의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돌아보면서 한국 사회에 던지는 교훈을 담은 책 '한국경제, 돈의 배반이 시작된다'를 펴냈다. 다마키 고문이 책을 통해 강조한 것은 한국도 일본처럼 길고 긴 저성장의 터널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성장이라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는 땅값이 더는 오르지 않고, 임금도 상승하지 않습니다." 그는 당시 일본인들이 지녔던 착각을 소개하면서 한국인들도 이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정체는 일시적일 거야 ▲누군가 위기를 타개해주겠지 ▲좋은 상품만 만들면 팔리겠지 ▲우리 세대까진 괜찮겠지 ▲고령화 사회는 먼 미래 ▲그래도 우리나라는 특별해 등이 대표적인 '착각'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상당 시간 후폭풍을 겪었던 일본을 감안할 때 한국도 '부동산 뉴노멀'을 준비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가계 부채 1200조원인 나라에서 부동산값이 계속 뛰는 건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면서 "일본은 이미 부동산 거품 시대를 건너 '부동산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사람들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뉴노멀' 시대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마키 고문은 "지출을 통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명품 소비 같은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나가면서 대비해야 한다는 것. "고성장 시대는 돈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벌까 궁리했지만 저성장 시대는 어떻게 하면 소비를 줄일까 하는 고민을 해야 합니다." 그는 "일본에선 식사 후 4~5명이 계산대에 모여 '오늘 밥값은 1인당 3672엔이 나왔으니 각자 내면 됩니다'는 '더치페이'가 관행"이라며 " 한국도 어차피 고령화 사회로 가면 '더치페이' 문화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마키 고문은 굳이 분류하자면 친한(親韓)파에 가깝다. 연세대 어학당에서 배운 한국말도 유창하다. 그래서 '헬조선'이란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한국이 '헬조선'이면 제가 와서 살려고 하겠습니까." 여전히 한국사회엔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한국은 성공의 기준이 하나예요. 다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나와서 고시를 보거나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하죠. 그게 아니면 성공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합니다. 일본도 도쿄대를 무조건 최고로 추앙하던 시대가 있었으나 이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고 각자 처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보냅니다. 한국사회도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스펙'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이건 원래 기계에 붙이는 단어입니다.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을 기계처럼 취급해서야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