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태전동 S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난 10월만 해도 전세 계약이 2억1000만원에 체결됐다. 그런데 11월엔 이보다 6000만원 떨어진 1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인근 경기 광주시 역동 E아파트는 지난 한 주 사이 전세금이 평균 500만원 정도 떨어졌다. 태전동 한 중개업소 담당자는 "주택 경기가 침체 기미를 보이자 전세 가격도 동반 하락하면서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 싼 급전세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수그러들면서 전세 시세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주택 전세 시세는 0.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전세 시세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과 내후년 전국에 78만 가구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위해 가입하는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률은 매우 낮아 '깡통 전세'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방은 전세 하락세로 전환

최근의 전세 시세 하락은 전국적 현상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전국 주택 전세금 상승률은 11월 30일 기준 1.51%에 불과하다. 이는 작년(5.56%)의 3분의 1 미만 수준으로, 연간 전세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였던 2004년 이후 최저 상승률이다. 특히 대구와 충남·경북은 올해 전세 가격이 1.2~3.4% 하락했다.

서울 전세 시세도 상승세가 꺾였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114는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0.02%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11일 주간 상승률(0.08%)에서 4분의 1 토막 났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은 한 주 새 전세 보증금이 2000만원 빠지는 등 강동·송파·관악·성동구 아파트는 한 주 새 전세 시세가 0.01~0.1% 떨어졌다. 경기 고양·광명·구리·파주·광주 등은 전세금이 1주일 사이 최대 0.13% 하락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내년 서울과 인근 하남이나 위례신도시 등은 전세 수요가 많아 전세 시세 하락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도 일부와 지방은 전세 시세 하락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 폭탄과 추가 금리 인상 리스크

특히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대폭 늘어나면 일부 지방에서는 전세금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내년 전국에 입주가 예정된 물량은 36만9709가구로, 2010년 이후 최대다. 내후년엔 이보다 많은 41만9633가구가 입주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올해 여름 위례신도시에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면서 서울 송파구 잠실권 아파트가 한 달 정도 일시적으로 역전세난을 보였다"며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대구 등 지방에서는 역전세난과 깡통 전세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국 전세 가격이 1%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률 미미

본지가 작년부터 올 11월까지 전국의 전세 실거래 건수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동안 전국에서 155만5035건 거래가 있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보장해주는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률은 현저히 낮다. 현재 전세금 반환보증 보험은 대한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이 취급 중인데, 최근 2년간 가입 실적이 각각 2만5935, 2만8550건에 그친다. 총 5만4000여건으로, 최근 2년간 우리나라 전체 전세 거래 건수 대비 보험 가입률은 3.5%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전세 하락 시기에는 깡통 전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 2008년에도 서울 잠실 재건축 아파트 1만5000여 가구가 대규모 입주하면서 집값이 하락해 깡통 전세 문제가 불거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70%를 넘으면 깡통 전세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면서 "전세금 비율이 너무 높을 경우, 전세금 반환을 보증하는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역전세난과 깡통 전세

역전세난은 입주 주택의 급증 등으로 전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깡통 전세는 집값이 전세 보증금 아래로 떨어져,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메울 수 없는 전셋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