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즐기는 20·30대 이용자들 사이에 때아닌 닉네임(별칭) 선점(先占) 경쟁이 불붙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이달 연이어 선보인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리니지2 레볼루션’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이용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자신이 좋아하는 닉네임을 등록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닉네임으로 모든 단어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등 대부분의 게임업체는 욕설·비방·선정적 표현을 막기 위해 회사별로 정해놓은 금칙어를 두고 있다. 게임업체들의 금칙어 1순위는 욕설과 비하 표현이다. 욕설은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쓴 표현까지 모두 찾아내 걸러낸다. 특정 성별이나 연령층을 비하하는 표현도 금칙어다. 예컨대 한국 남자 벌레라는 뜻으로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한남충’, 금전적으로 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일컫는 ‘김치녀’, 약자에게 갑질하는 중년 남성을 비하하는 ‘개저씨’ 등이 대표적 금칙어다. 지역 비하 금칙어도 적지 않다. 전라디언이나 경상디언, 홍어 택배 등이 그런 사례다.

전·현직 대통령의 실명이나 유명 정치인를 비하하는 표현도 금칙어인 경우가 많다. 넷마블 관계자는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현직 대통령 실명 사용을 막는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문재인을 닉네임으로 쓰는 것은 괜찮지만, 비하하는 표현인 ‘문죄인’은 막고 있다”고 했다.

특이한 금칙어도 있다. 예컨대 리니지 레드나이츠에 닉네임으로 ‘김택진’을 입력하면, “그런 말은 함부로 입에 담으면 안돼요”라는 문구가 뜨고 등록 거절당한다. 김택진은 엔씨소프트의 창업자다. 이 회사의 윤송이 사장과 김택헌·우원식·배재현 부사장도 마찬가지로 닉네임으로 쓸 수 없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게임 이용자가 경영진 행세를 하면 혼란을 일으킬까봐 금칙어에 넣었다”고 말했다. 반면 넥슨과 넷마블은 “경영진의 이름을 못 쓰게 막지 않는다”고 했다. 넥슨의 히트에서 김정주(넥슨 창업자),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에서 방준혁을 닉네임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