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유지해온 ‘망 중립성’ 정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망 중립성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와 정부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츠·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나 내용, 데이터 전송방식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워싱턴포스트(WP), 더버지 등 외신은 망 중립성 정책을 유지해온 톰 휠러 FCC 위원장이 내년 1월 20일에 사임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날은 트럼프 당선자가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는 날이다. 톰 휠러 위원장의 당초 임기는 2018년까지였지만 임기를 무려 2년 가까이 남긴 상황에서 사퇴하는 것이다.

톰 휠러 위원장이 사퇴를 결정한 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망 중립성 반대론자들을 인수위원회 정책 자문으로 연이어 임명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망 중립성을 옹호해 온 휠러 위원장이 더이상 FCC 정책을 끌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톰 휠러 FCC 위원장

톰 휠러 위원장은 ‘망 중립성 규칙’을 제정한 인물로, 버라이즌·컴캐스트 등 망제공사업자(ISP)가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와 트위터 같은 서비스에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했다.

톰 휠러 위원장은 “새로운 행정부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3월부터 계속 밝혀왔으며 새 행정부에 협조하려면 임기가 많이 남아 있지만 의장직을 사임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FCC는 트럼프 당선자 취임을 앞두고 공화당 주도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5명 위원 중 민주당 추천인사 2명이 사퇴해, 당분간 공화당 2명 대 민주당 1명 구도가 된 것이다. 미국 상원은 민주당 추천인사인 톰 휠러 위원장과 제시카 로젠워셀 위원 연임을 부결했다.

트럼프 당선자 인수 위원은 망 중립성 반대론자를 대거 인수위 정책자문으로 임명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금까지 망 중립성을 반대하는 제프 아이젠하치와 마크 제미슨, 로슬린 레이튼을 인수위 자문에 임명했다. 또 FCC의 의장은 대통령이 지명하는 만큼, 공화당원이 지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톰 휠러 위원장이 1월에 사임하고 트럼프 당선자 인사가 FCC 위원장에 새로 취임하면 망 중립성 정책 방향도 바뀔 전망이다. 미 현지언론은 새로운 FCC가 망 중립성 정책을 폐지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특히 로슬린 레이튼 자문위원은 망 중립성 반대를 넘어 ‘제로 레이팅(Zero-rating)’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제로 레이팅이란 콘텐츠 제공자가 소비자가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네트워크 이용료까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트럼프 당선자와 공화당은 망 중립성 폐지 계획을 발표하거나 언급한 바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망 중립성 정책을 폐지하거나 다시 검토할 경우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치열한 논쟁이 일어난 전망이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는 망 중립성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망 중립성 정책이 사라질 경우 높은 서비스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간 오바마 행정부는 망 중립성 정책을 내세워 구글,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을 육성해왔다.

반면 버라이즌과 컴캐스트, AT&T 등 망제공사업자는 네트워크 자원을 특정 사업자가 독식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 중립성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다. 망제공사업자는 최근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망 과부하에 대한 책임을 지게 돼 망 중립성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