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전국 규모의 콩쿠르에 나가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 소년은 당연히 음대에 진학하게 될 줄 알았다.

중학교에 진학한 소년은 8년 간 쳐 온 피아노를 그만두고 중국 칭다오(靑島)에 있는 기숙 학교에 진학했다. 뉴에이지·재즈 등 좀 더 대중적인 음악이 좋았던 그는 클래식 음악이 주를 이루는 음악계에 싫증을 느꼈다. 소년은 무역의 도시에서 생활하며 ‘장사’에 눈을 떴고, 학교를 자퇴한 뒤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최대 피아노 포털 ‘마음만은 피아니스트’를 운영하는 마피아컴퍼니 정인서 대표의 얘기다. 올해 스무살인 정 대표는 피아노 업계에서 ‘직방’과 같은 O2O 플랫폼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정인서 마피아컴퍼니 대표이사

-마피아컴퍼니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해달라.

“피아니스트나 취미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포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피아노 치는 남자들’, ‘매우 쳐라 피아노’ 등 12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수익 모델은 공연 기획사나 피아노 학원의 광고를 실어주는 것이다. 포털에서 디지털피아노, 피아노 악보 공동 구매를 주선하고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

-원래 피아노 전공 지망생이었다.

“그렇다. 여섯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고, MBC에서 개최한 전국 피아노 콩쿠르에서 500명 중 2등을 하기도 했다. 당연히 음대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음대 진학이 적성에 잘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피아노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클래식 음악을 주로 연주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뉴에이지와 재즈 등 대중적인 음악이 더 좋았다. 그래서 음대 진학은 포기했지만 지금도 피아노를 취미로 연주하고 있다.”

오랜 기간 피아노에만 매진해왔기에, 정 대표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마침 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아버지가 안식년을 맞아 가족 여행을 제안했고, 정 대표도 아버지를 따라 나서 6개월 간 캐나다에서 지냈다.

-그러고나서 바로 한국에 돌아온 건지?

“중학교를 다니다 말고 자퇴하는 바람에 한국에서 정규 교육 과정을 따라잡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욱이 어릴 때부터 예체능을 계속해와 공부를 많이 못했기 때문에, 대신 중국 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었다. 홀로 중국 칭다오에 있는 국제학교에 가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부했다.”

-어린 나이에 혼자 유학 생활을 하는 게 힘들지는 않았나.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시기다. 칭다오는 바다와 맞닿아있어 무역이 발달한 도시였다. 장사라는 개념이 생활과 밀접했다. 친구들 부모님 중에서도 무역이나 상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았다. 그렇게 자연스레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 대표는 사업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교류하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부모님에게 “장사를 한 번 해보겠다”고 통보하다시피 한 뒤, 무작정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부모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해 1월 ‘자라키’라는 의류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쇼핑몰은 잘 됐는지.

“인천 주안동에 월세 60만원짜리 단칸방을 빌려 자리를 잡은 뒤 공장에서 구제 의류를 매입해 쇼핑몰에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몇 달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마케팅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너무 단순한 생각이었다. 무엇보다 공장에서 근무하던 분들이 나에 대해 편견을 많이 갖고 있어 거래가 어려웠다. 열아홉살밖에 안 된 데다 정규 교육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기에, 대체로 나를 보는 시선이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마피아컴퍼니에 마련된 소속 가수의 연습실

-피아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이유는?

“피아노치는 남자들 페이지를 2013년 말에 개설해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회원 수가 약 40만명이었다. 마침 미국의 유명한 피아노 아티스트 그룹인 ‘피아노가이즈(The Piano Guys)’가 내한했는데, 공연 기획사에서 직접 연락을 해왔다. 피아노치는 남자들 페이지에서 공연을 홍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Maksim Mrvica) 역시 우리 페이지에서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연락 왔다. 피아노치는 남자들 페이지를 통해 공연을 홍보하고 구독자들에게 초청권을 주는 이벤트를 했다.

그러다보니 왜 피아노 관련 포털이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자동차 이용자들이 ‘보배드림’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나누듯, 직업이나 취미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도 커뮤니티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서울대 경영대학생인 이장원,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허상민과 마피아컴퍼니를 설립했다. 한양대에서 법인 설립 자금 일부를 지원 받았다.

현재 마피아컴퍼니에서 운영 중인 소셜 미디어 채널 및 웹사이트들은 총 135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마음만은 피아니스트 포털의 월간 사용자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월 매출액은 4500만원 수준이다.

-사업 다각화 방향은?

“최근 피아노 조율사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조율사아저씨’를 개설했다. 조율사들과의 전속 계약을 통해 누구나 편하게 조율사들과 상담하고 견적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수수료를 매출로 연결할 생각이다.

현재 공연 기획 및 피아니스트 매니지먼트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 사업 역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오는 24일 ‘피아노, 영화를 만나다’라는 이름의 자체 기획 콘서트를 개최하는데, 현재 전석 매진에 임박한 상태다. 소속 아티스트로는 피아니스트 ‘제이엠’과 하은지, 심재윤 등이 있다.

맛집과 음식 시장에는 배달의민족이나 망고플레이트 등 IT 서비스들이 많이 있는데, 피아노 시장은 모바일 플랫폼이 전혀 없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혁신시켜나가겠다는 게 우리 회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