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300만원 이상의 한국 방문 여행 상품을 구입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5년짜리 복수 비자인 '한류(韓流) 비자'(가칭)를 발급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저가 관광 상품이 대부분인 중국 관광객 유치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부유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류 비자 제도를 도입한다"고 15일 밝혔다. 지금까지 중국 관광객 대부분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새로 신청해야 하는 단수(單數) 비자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한류 비자는 중국인들이 현지의 지정된 여행사를 통해 300만원 이상의 여행 상품을 구입, 이를 증빙하는 자료를 첨부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한 번 방문하면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한류 비자 발급을 결정한 이유는 지난해 1억명을 돌파했고 2020년 2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서다. 아시아 각국은 물론 미국, 유럽까지 나서 연간 100조원 이상을 해외에 뿌리는 중국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300만원 이상 여행 상품으로 한국 찾으면 5년 동안 무제한 방문 가능

우리 관광 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800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에 육박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저가 쇼핑 위주여서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는 한류 비자를 내년 30만명, 2020년까지 최대 100만명이 발급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전체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10%에 이르는 규모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인 부유층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 지갑을 열면 침체한 내수 경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류 비자는 중국 고소득층 관광객을 대상으로 고부가 여행 상품과 비자 혜택을 연계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충민 기자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중국인 관광객 550만명을 유치한 일본은 중국인 대상 비자 발급 기준을 완화하고 절차도 간소화하며 '관광 입국(立國)'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제품과 의류에서 화장품과 생활용품까지 면세품 대상도 확대했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을 가장 많이 유치한 태국(793만명)은 최근 '제로 달러 투어(초저가 여행상품)'를 강력히 단속하며 관광 고급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6개월짜리 복수 비자도 발급했다. 프랑스는 중국인 관광객 5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세금 환급 절차를 간소화했다.

1인당 900만원짜리도… 고부가 여행 상품 개발 나선다

우리 정부는 한류 비자 발급을 계기로 고부가 여행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미용과 건강검진 등 의료, 문화 예술 공연 관람이나 영화제 참석 등을 주 내용으로 '프리미엄 상품' 50여 가지를 준비해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서울 성북동 가구 박물관을 중심으로 지역 명소와 맛집을 탐방하는 상품은 1인당 560만원짜리이다. 어린이 테마 파크와 스키장을 찾고 최고급 한정식과 N타워 정찬 등으로 진행되는 가족 맞춤 상품(1인당 450만원)이나 유명 종합병원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결합한 1인당 900만원까지 상품도 등장했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은 "불법 체류자 문제 등으로 당장 중국 비자 제도를 없앨 순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광 진흥을 위해 비자 발급 문턱을 경쟁국보다 더 낮춰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