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바일 생태계에서 제대로 돈을 버는 산업은 게임밖에 없어요. 앞으로 콘텐츠 산업을 게임 수준으로 키워서 우수 콘텐츠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카카오페이지에서 거액을 버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14일 경기도 판교에서 만난 포도트리 이진수 대표는 "콘텐츠 사업은 작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사업 모델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카카오페이지는 2013년 3월 출시 이후 3년 반 동안 업데이트를 88번이나 해서 결국 콘텐츠를 제값에 팔게 됐다"고 말했다. 포도트리는 카카오의 유료 콘텐츠 서비스인 '카카오페이지'를 개발·운영하는 업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이었지만 작년 12월 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 대표는 카카오의 콘텐츠 총괄 부사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포도트리는 지난 5일 앵커에퀴티파트너스·싱가포르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1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 가치는 약 5000억원으로 산정됐다. 한국 콘텐츠 서비스 기업에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처음이다. 이 대표는 "연간 1000억원어치의 콘텐츠가 거래되는 카카오페이지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매년 두 배씩 성장해온 속도를 유지해 앞으로 기업공개(IPO)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는 14일 본지 인터뷰에서 “오늘보다 내일 1% 더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한국에서 콘텐츠 시장이 게임 시장만큼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카카오의 콘텐츠 총괄 부사장이기도 하다.

◇'애니팡 모델', 콘텐츠에서도 먹혔다

이 대표는 프리챌을 거쳐 NHN(現 네이버)의 마케팅센터장을 역임하고 창업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2009년 한국에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모바일 생태계가 조성되는 것을 보고 'PC에서는 실패했던 콘텐츠 유료 판매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반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우선 온라인에서 보는 콘텐츠는 모두 무료라고 생각하다 보니 사용자들이 콘텐츠 구매에 지갑을 열지 않았다. 2013년 3월 처음 카카오페이지를 오픈했을 때 이 대표는 미끼 상품 몇 편만 무료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유료로 판매했다. 그 결과는 참혹한 실패였다. 사용자들은 무료 콘텐츠만 보다가 정작 돈을 쓸 때는 싹 빠져나갔다. 이 대표는 "첫해 거래액이 13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콘텐츠 사업의 성공 방정식을 게임에서 찾았다. 한국에 모바일 게임 열풍을 몰고 온 게임 '애니팡'에 적용된 사업 모델을 카카오페이지에 적용한 것이다. 애니팡은 게임에 필요한 하트를 사용자가 구매할 수도 있지만,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공짜로 준다. 또 이벤트 참여를 통하거나, 무작위 추첨으로 하트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공짜로 하트를 받는 방법이 다양하다 보니 사용자들이 게임을 떠나지 않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지에도 이런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캐시'로 콘텐츠를 구매한다. 하지만 처음 접속하면 일정 금액을 무료로 주고, 친구에게 추천해도 무료로 준다. 또 일정 시간 기다리면 캐시가 무료로 충전된다. 지난 2월 적용한 '캐시 프렌즈'라는 기능을 통해 광고를 보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캐시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하고, 마지막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사용자가 처음 서비스를 인지할 때 그 서비스를 '무료'로 생각하는지, '유료'로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무료 모델을 접목시켜 '카카오페이지는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사업 모델이 적용된 2015년 이후 카카오페이지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작년 연 거래액 5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노리고 있다. 매년 두 배씩 성장한 것이다. 콘텐츠 수도 1만8800여종에 달한다. 소설과 만화가 주류를 이루며 전문 서적 등도 올라와 있다.

◇한·중·일 통합 콘텐츠 플랫폼으로 간다

이 대표는 "이번 투자는 콘텐츠 생태계 육성을 위한 마중물"이라며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에서도 콘텐츠 제작자들을 육성하고 글로벌 서비스로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에는 피코마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페이지 일본판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중국에서는 포도트리의 3대 주주인 텐센트와 협력해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는 "내년에는 한국에서 하루 거래액 5억원, 일본에서 1억원 수준의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 정도 궤도에 올라간다면 충분히 IPO(기업공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콘텐츠 생태계 육성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할 계획이다. 현재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연 매출 1억원 이상을 올리는 작품 수만 216개다. 이런 창작자를 더 많이 발굴하고 키우겠다는 것이다. 또 한국 콘텐츠를 중국·일본에 판매하는 등 '크로스 오버' 방식의 생태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오늘보다 내일 1% 더 성장하는 게 내 경영 목표"라며 "앞으로도 실적 1% 오르고 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하면서 민감하게 대응하는 기업,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