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널 제조업체가 본격적으로 모바일용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플렉서블 OLED 패널 채용할 예정이어서 증가하는 스마트폰용 OLED 수요에 대응하려는 조처다.

중국 에버디스플레이는 최근 상하이 진산공업지대에 272억위안(약 4조6300억원)을 들여 6세대 중소형 플렉서블 OLED 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18년 8월부터 장비를 설치하고 2019년 1월부터 시험 가동할 예정이다. 생산능력은 월 3만장 규모이며 2021년 쯤에 대량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버디스플레이는 2014년 말부터 4.5세대 공장에서 월 2만장 규모의 6인치 OLED 패널을 양산하는 등 중국 패널 제조업체 중 가장 안정적으로 OLED 패널을 양산해 온 업체다. 에버디스플레이는 상하이에 새로 짓는 공장에서 1에서 15인치 크기의 OLED 패널과 모듈을 생산하게 된다.

에버디스플레이 제품군

중국 2위 패널 제조업체 차이나스타(CSOT)도 OLED 패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에 우한에 위치한 6세대 OLED 생산라인에 플렉서블 OLED 투자를 집행해 생산라인을 추가로 마련한다.

BOE도 중국 서부지역에 465억위안(약 8조원)을 투자해 6세대 플렉서블 OLED 공장을 세우고 있다. BOE는 지난달 월 4만8000장의 생산능력을 갖춘 B11 라인 투자를 확정했다. 이는 BOE가 지금까지 투자한 플렉서블 OLED 설비 중 최대 규모다.

이외에도 텐마, 트룰리, 비전옥스 등 중국 패널 제조업체도 내년에 플렉서블 OLED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2017년에 중국 플렉서블 OLED 발주 물량이 19만~20만장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패널 제조업체들의 OLED 투자 확대는 LCD에서 OLED로 점차 기술이 전환되면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시장 상황에서 중국 패널 업체들이 OLED에 투자하는 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 갤럭시 엣지 시리즈는 플렉서블 OLED를 적용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웨이도 플렉서블 OLED를 탑재하고 있다. 차기 아이폰에도 플렉서블 OLED가 채용될 것이 유력하다.

BOE 테크놀로지 공장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 패널 제조업체들이 중소형 OLED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하더라도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와 기술력이나 품질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점유율 95%를 자랑하고 있다. OLED는 LCD에 비해 생산공정이 까다로워 중국 업체가 기술력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차기 아이폰에 플렉서블 OLED를 채용한다고 하자 중국 시장에 변화가 많이 생기고 있다”며 “그러나 투자하겠다는 것이 곧 양질의 OLED를 양산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중국에서 생산된 플렉서블 OLED는 삼성과 애플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아닌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주로 채택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제조업체가 OLED 투자를 늘리더라도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갈 플렉서블 OLED 기술을 바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도 플렉서블 OLE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상반기 아이폰에 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플렉서블 OLED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능력을 2017년까지 기존의 3배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7월부터 경북구미에 모바일용 OLED 패널 공장 E5를 신축하고, 올해 7월엔 경기 파주에 위치한 LCD패널 공장 P9을 OLED공장(E6)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자를 확대하더라도 품질이나 수율 문제로 양산이 어떻게 되느냐는 중국 제조업체가 양산을 하는 2019년이 돼 봐야 알 것”이라며 “중국 업체가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 업체 간 품질 양극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7년에는 플렉서블 OLED 출하량은 올해보다 135% 증가한 1억3900만대 정도가 될 전망이다. 플렉서블 OLED는 전체 OLED 패널 출하량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