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짜리 연금보험 가입자는 부자다. 비과세를 축소하는 게 조세 형평성에 맞는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불충분해 중산층도 보험에 많이 든다. 비과세 축소해 봐야 세수는 별로 안 늘고, 보험 산업만 타격 주는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장기 저축성 보험의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이달 2일 국회를 통과했고,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일시납 저축성 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현재 납입액 '2억원까지'에서 '1억원까지'로 낮추는 데 여야가 합의했다. 한 번에 보험료를 1억원 이상씩 낼 수 있는 사람은 부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비과세가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데 이론의 여지는 없었다.

문제는 월 적립식 저축성 보험에 대해서도 비과세 한도를 설정하자는 대목에서 생겼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이 월 적립식 보험도 총한도 1억원까지만 비과세를 해주자는 내용도 시행령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기획재정부 세제실에서도 처음에는 난색을 보이다가 얼떨결에 박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월 적립식 보험이 전체 저축성 보험의 84%를 차지하고 있는데, 업계는 여기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생길 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하다가 돌발 상황을 맞게 됐다.

생명보험사들은 "월 적립식 한도를 1억원으로 설정해 20년간 매월 균등 납부한다면 한 달에 41만원, 10년 납부한다면 82만원 수준이어서 대단한 부자들이 가입하는 금융상품이 아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만 기대어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이 자발적으로 노후 준비를 하겠다는데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를 없애버리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성격의 보험에 대해서는 전면 또는 조건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1억원 한도로 월 83만3000원씩 10년간 저축성 보험에 가입한다면 앞으로 10년 뒤 받게 될 세제 혜택은 얼마쯤 될까. 공시이율을 2.5%로 정하고 보험 사업비 등을 감안하면 약 120만원가량의 세제 혜택이 돌아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10년간 가입을 유지한 뒤에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생보협회는 "비과세 혜택을 없애고 올해 기준으로 정부가 얻는 추가 세수는 745억원"이라며 "내년부터 비과세를 축소해도 정부는 10년 뒤에나 '부자 증세'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그사이 보험업계와 보험설계사들이 받을 타격은 너무나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