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이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로(核融合爐) 운용 실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4일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설치된 핵융합로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사진)가 올해 고성능 플라스마(plasma)를 7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면서 "기존 기록인 중국 연구팀의 60초를 뛰어넘는 세계 최장(最長) 시간 운전 기록"이라고 밝혔다.

KSTAR는 지구 상에 무한에 가깝게 존재하는 수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핵융합발전 실험 장치이다. 수소를 1억도 이상 고온에서 충돌시키면 중성자가 튀어나오는데, 이 중성자의 에너지를 열로 바꿔 물을 데워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인공(人工) 태양'이라고 불린다.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이다.

박현거 국가핵융합연구소 핵융합 플라스마 연구센터장은 "1억도 이상의 고온을 내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고온의 불꽃인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만든 뒤 핵융합로 내부의 전자기장 안에 안정적으로 가둬야 한다"면서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전 세계 10개국 이상이 핵융합발전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가장 오래 플라스마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은 "플라스마는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는데 소프트웨어로 전자기장을 미세하게 조절해 70초 정도 유지할 수 있으면 그 이상 시간을 늘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내년부터는 핵융합로가 고온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소재나 안전 장치 연구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STAR 연구를 통해 얻은 기술은 현재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높이 30m, 폭 30m 규모인 ITER은 KSTAR보다 27배 크지만 소재와 작동 원리가 같다. 한국·미국·러시아·일본·중국 등이 18조원을 투입해 2025년 처음 가동할 계획이다. ITER에서 핵융합로의 성능이 입증되면 2040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로 건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경수 ITER 사무차장 겸 최고기술책임자는 "KSTAR 개발과 운용에서 얻어진 각종 기술이 이미 ITER 건설에 활용되고 있다"면서 "핵융합발전소가 상용화되면 현대중공업·다원시스·한전기술 등 KSTAR와 ITER 건설에 참여한 한국 기업들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