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와 명의도용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이동통신 유통망에 보급된 ‘신분증 스캐너’가 논란인 가운데 주무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도 안착을 위해 신분증 스캐너 도입의 필요성과 취지를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방통위는 이 자리에서 신분증 스캐너가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으며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월 17일 오후 서울 강서구 SKT 대리점을 방문해 신분증 스캐너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방통위는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동통신 3사 관계자 등과 함께 제도설명회를 열고 “신분증 스캐너는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통 3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10일 기준으로 판매점의 신분증 스캐너 보급률은 96% 수준이며 전체 가입자 중에서 신분증 스캐너를 이용한 비율은 96%에 달한다”며 “주요 집단상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유통점에 보급돼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분증 스캐너는 휴대폰 가입시 고객이 제시한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판별해 불법 명의도용을 막기 위해 이달 1일부터 전국 1만7000여개 이동통신 유통점에 일괄 도입됐다.

신분증 스캐너는 일선 은행에서 사용하는 전산 스캐너와 유사한 형태다. 신분증 스캐너는 신분증의 위조 여부를 판단한 뒤 신분증에 적힌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고, 이동통신사 서버로 전송한다.

원래 신분증 스캐너는 지난 9월 전면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일선 유통점의 반발로 도입 시기가 늦춰졌다. 중소 유통점들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신분증 스캐너가 골목 판매점의 업무를 가중시키는 등 규제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스캐너 도입을 반대해왔다.

온라인판매나 방문판매(다단계)의 경우는 신분증 스캐너 사용이 적용되지 않아 제도 시행전부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분증 스캐너 기기의 잦은 오류로 개통 작업이 불가능해 판매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방통위는 신분증 스캐너가 개인정보를 악용해 ‘대포폰’을 양산하는 등의 불법영업 행태를 막는 데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한지 2주만에 방통위가 직접 언론을 상대로 설명회까지 연 것은 유통점의 반발을 잠재우고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 유통점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DMA)는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에 방통위와 KAIT를 상대로 신분증 스캐너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