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훙하이그룹이 올해 인수한 일본 전자 업체 샤프가 최근 삼성전자에 내년부터 TV용 LCD(액정 표시 장치) 패널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패널 공급에 비상이 걸리자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긴급하게 LCD 패널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샤프가 지난주 삼성전자 TV사업부에 내년부터는 LCD 패널 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샤프의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삼성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까지 나서 LCD 패널 수급을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LG디스플레이 측에 고위 임원을 보내 패널 공급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LCD 패널을 일부 공급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샤프는 한 해 삼성전자 TV 사업 부문 전체 수요의 약 10%인 400만~500만대의 TV 패널을 공급해왔다. 연간 1000만대의 TV 패널을 생산하는 샤프가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자 업계에서는 "훙하이그룹이 일본 샤프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TV 제조 시장에 뛰어드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삼성으로서는 중국 자본과 일본 기술력이 결합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를 제치고 샤프를 인수한 훙하이그룹은 애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의 모(母)회사이다. 훙하이그룹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은 이전에도 "샤프와 협력해 삼성을 이기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로 삼성전자에 대한 강한 경쟁심을 드러내왔다. 훙하이그룹은 샤프 인수 이후 LCD TV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샤프의 재건을 통해 LCD 부품 패널부터 TV 완제품까지 일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LG디스플레이에 패널 공급을 요청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과 LG의 TV 사업은 오랫동안 경쟁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가 상대방의 패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처럼 생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