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엔터테인먼트(이하 NHN엔터)는 최근 중국 최대 포털업체 바이두에 웹툰(인터넷 만화)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NHN엔터의 웹툰 앱(응용프로그램)인 '코미코'에서 연재하는 작품을 바이두 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정근 코미코 팀장은 "매일 1억명이 들어오는 바이두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우리 웹툰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웹툰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줄거리를 해외에 팔아 수익을 내기도 한다. 올해 초 서울에 있는 웹툰 제작사 본애드컴은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예뻐지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 '뷰티풀라이어'의 스토리 판권을 중국 영화제작사 알리바바픽처스에 팔았다. 웹툰 제작사 별책부록은 자신들이 기획한 '위기의 범죄자'를 중국의 웹툰 서비스업체 하오툰, 영화제작사 권석영화사 등과 손잡고 드라마로 만들기로 했다.

웹툰을 각색해 만든 드라마·영화 등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웹툰이 제2의 한류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 ①카카오가 중국 텐센트에 공급하는‘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 이 웹툰은 텐센트 일일 유료결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②네이버가 중국에서 연재하고 있는 ‘마음의 소리’. ③일본에서 누적 조회수 1200만회를 돌파한 김보통 작가의‘아만자’. 카카오·네이버·레진엔터테인먼트

국내 웹툰 업체들이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생' '치즈인더트랩' 같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최근 1~2년 새 한국 웹툰이 새로운 문화콘텐츠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웹툰 시장 1조 눈앞에… 수출이 시장 확대 이끌어

네이버는 해외 웹툰 플랫폼 '라인웹툰'을 영어·중국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 등 6개 언어로 만들어 100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 사용자 수가 1800만명(월 사용자 기준)을 기록해 서비스 2년 만에 국내 사용자 수(1700만명)를 넘어섰다. NHN엔터의 코미코 앱도 해외에서만 2000만건이 다운로드됐다. 카카오는 올 7월 중국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업체 텐센트의 웹툰 서비스 '큐큐닷컴'에 웹툰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를 수출해 일일 유료차트 1위에 올랐다.

중소 웹툰 업체들도 약진하고 있다. 유료 웹툰 서비스 업체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작년 일본·미국에 진출했고, 탑코믹스는 올 초부터 프랑스의 웹툰 서비스 '델리툰'에 20여 작품을 연재 중이다. 타파스미디어는 지난 2013년부터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 한국의 웹툰을 볼 수 있는 '타파스틱'을 운영해 2만5000개의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웹툰 업체의 전체 매출 규모가 올해 5800억원대에서 오는 2020년 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기 무료 웹툰들이 속속 유료 전환에 성공하는 데다, 영화·드라마·게임 등 다른 종류의 콘텐츠로 가공돼 2차 수익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팀장은 "웹툰으로 해외에서 버는 수익이 수년 내 1000억원까지 늘 것"이라며 "국내 웹툰은 중국·동남아를 시작으로 점차 미국, 캐나다, 일본 등으로 진출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작가 발굴해… 해외 투자 유치도 이어져

한국 웹툰이 해외에 알려진 데에는 한류의 영향이 컸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 기안84(필명) 작가의 '패션왕' 등을 드라마·영화로 만든 작품을 접한 한류팬이 원작 웹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동명의 드라마로 중국·대만·동남아시아 등에서 흥행한 웹툰 '치즈인더트랩'도 드라마 방영 후 라인웹툰에서 조회수가 급증했다.

현지화 전략도 펴고 있다. NHN엔터와 레진엔터테인먼트는 공모전을 통해 일본·중국·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웹툰에 '챌린지 리그' 코너를 만들어 누구나 작품을 올리고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인기를 얻으면 정식으로 연재할 수 있다.

해외 자본들도 한국 웹툰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다음웹툰컴퍼니'가 속해있는 카카오의 자회사 포도트리는 얼마전 글로벌투자회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로부터 12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진수 카카오 콘텐츠 부문 총괄 부사장은 "해외에서 다음웹툰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앞으로 일본·중국·북미 등 해외 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웹툰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웹툰(webtoon)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web)과 만화(cartoon)의 합성어. 종이책 대신 PC·스마트폰 전용 만화를 뜻한다. 웹툰은 세로로 화면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PC·스마트폰에서 보기 편하다. 2003년 포털 서비스 '다음'에서 처음 선보인 '만화 속 세상'이 세계 최초의 웹툰 서비스로 최근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미국 등 해외로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