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서울의 대표적인 뉴타운 구역인 ‘장위뉴타운’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구역만 분양에 성공했을 뿐 구역이 해제되거나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역이 해제돼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곳은 빌라가 무분별하게 신축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장위뉴타운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187만4375㎡, 총 15개 구역으로 지난 2005년 3차 뉴타운으로 지정됐다. 서울 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계획대로면 2만6000여가구의 미니신도시로 개발될 예정이었지만 답보 상태로 빠져드는 사업장만 늘고 있다.

13일 성북구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장위뉴타운 8·9·11구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 추진 의사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는데, 구역별 투표 참여율이 50%를 넘기지 못하면서 이들 구역은 조만간 해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구역 내 사업 찬성자가 절반 미만일 경우 구역을 해제하도록 하고 있다. 15구역도 구청에 해제 요청서가 접수된 상태. 이들 구역은 장위뉴타운 한가운데에 있거나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어 주변 구역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뉴타운 9구역 일대. 이 구역은 해제 절차를 밟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8·9·11구역의 경우 재개발을 추진하지 않는 쪽이 더 낫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고, 투표 결과를 봐도 이미 참여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따로 개표를 하지 않고 해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15구역의 해제 요청서는 토지등소유자 3분의1 요건에 맞는지 검토 중이며, 요건에 맞으면 주민투표를 진행하는 등 다음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위뉴타운 중 구역이 가장 큰 13구역과 인근 12구역은 2014년 해제됐다. 12구역은 2009년 조합까지 설립됐지만 전체 조합원 중 절반 이상이 조합해산을 신청해 인가가 취소됐으며, 13구역은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에서 역시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일몰제에 따라 구역 해제됐다.

이들 지역의 정비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강북권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강남권에 비해 도로와 공원 등 기반시설이 열악해 사업비가 훨씬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 지정 이후 부동산 경기가 꺼지면서 사업성이 떨어지고, 조합원당 수억원에 달하는 추가분담금이 생긴 것도 한몫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서울시가 정비구역 지정 이후에도 직권해제를 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마련하면서 사업 추진을 지속할지 중단할지 조합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조례에 따르면 시는 사업비가 과도하게 들거나 단계별로 3~4년 이상 사업이 늘어져 정비구역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토록 하고 있다.

구역 해제가 가속화하면서 이 지역 난개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5·7구역은 분양을 마치거나 이주가 진행 중인 반면, 구역이 해제된 12·13구역의 경우 개발업자 등이 기존 주택을 매입해 빌라로 신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한 해 장위동에서 매매된 다세대·연립주택(빌라) 건수만 599건으로, 2년 전(251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작년과 올해 2년 간 12·13구역 내 빌라 및 다가구 신축허가 건수는 96건에 이른다. 해제되는 나머지 구역들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서울시와 성북구 등 지자체는 난개발을 막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뉴타운이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신축이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착공 시기를 조절하거나 특정 지역에 신축이 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면서 “8·9·11구역 등 앞으로 해제되는 지역의 경우 계획적인 신축을 유도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거나 서울시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