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가 임대 아파트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의 일반분양 전환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임차인들은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됐다며 국토교통부에 또다시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요청했다.

법무법인 정률은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동 810번지 소재 한남더힐 제 101동 5층 502호 외 181가구의 감정평가에 대해 타당성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반분양 전환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남더힐.

한남더힐은 2009년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민간 임대주택으로 사업승인을 받아 입주자를 모집했다. 임차인 모집 당시 전용면적 59㎡의 소형 아파트를 기준으로 임대보증금 5억2000만원, 월세 65만원의 비싼 임대료를 내세워 화제가 됐다.

임차인과 시행사와의 갈등은 2013년 7월 1차 분양 전환을 앞두고 빚어졌다. 당시 시행사와 임차인 양측은 각각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 분양가를 제시했는데, 이 격차가 너무 컸다. 시행사가 정한 분양전환 가격은 3.3㎡당 4300만~7500만원이었지만 임차인이 제시한 가격은 3.3㎡당 3000만원 안팎으로 차이가 3배 가까이 벌어져 결국 소송까지 갔다.

결국 한국감정원이 양측 감정평가서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했고 그 결과 시행사 측의 감정평가액은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게, 세입자 측 평가는 너무 낮게 측정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시행사와 세입자의 갈등은 지난 6월 2차 분양전환을 앞두고 다시 불거졌다. 한스자람은 3.3㎡당 분양가를 5100~815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에 임차인측은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행사측은 한남더힐의 실거래가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차인측 입장을 대변하는 법무법인 정률 관계자는 “분양가 책정의 근거가 된 한남더힐의 초기 거래 당사자 대부분이 시행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며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차인측에 따르면 1차 분양전환 당시 시행사와 연관된 당사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은 경우는 7건이었다. 법무법인 정률 관계자는 “최초로 분양을 받은 단국대를 제외한 6건이 모두 시행사 대표나 대표의 친인척, 소송대리 변호사, 사내이사, 공동시행사 대표가 분양을 받은 경우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지적했다.

임차인측은 분양 전환 시점도 문제삼았다. 임차인측은 앞서 언급한 6건의 분양전환이 모두 같은 날짜(2014년 4월 21일)에 이뤄졌는데, 이것이 높은 감정가격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로 사용됐고, 그 결과 분양가가 실제 가치보다 높게 산정됐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률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인 한남더힐을 수십억원씩 대출을 받아 구입한 사례도 있다”며 “미분양아파트가 대한민국 주택 거래 최고가를 갈아치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는 한남더힐 전용면적 244㎡로 79억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2월에도 77억원에 거래돼 전국 아파트 최고 매매가 기록을 세웠었다.

시행사측은 임차인측의 주장에 반박했다. 김정환 한스자람 대표는 “600가구 가운데 300가구의 분양이 끝났고 이 가운데 재매매가 이뤄진 경우도 있다”며 “분양 전환 초기에 이뤄진 6건의 거래로 시장 가격을 조작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당한 자산가라도 수십억원의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받는 경우는 흔한 일”이라며 “이를 문제 삼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입자들이 분양가를 문제삼아 검찰에 고발을 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한남더힐은 전용면적 57~244㎡, 지상 3~12층 32개동, 총 600가구로 지어졌다. 정∙재계 유명 인사와 안성기, 이승철, 한효주 등 유명 연예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