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경기 하남 스타필드 내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스포츠몬스터. 대학생 김지연(24)씨가 태권도 장비를 씌운 마네킹 앞에 서자, 태권도복을 입은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했다. 김씨가 마네킹을 발과 주먹으로 가격하자, 화면 속 캐릭터가 뒤로 나자빠졌다. 이 게임은 '스크린 태권도'다. 센서가 달려 있는 마네킹이 화면 속 캐릭터와 연결돼 있어 마네킹을 가상의 상대라 생각하고 겨룬다. 이곳에서는 태권도 이외에도 핸드볼·야구·축구·산악바이크·마라톤·트램펄린 점프 등 8종류의 스크린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박재범 운영팀장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실외에서 뛰는 것보다 체력 부담이 적어 20~30대 여성이 많이 찾는다"며 "내년부터 매장 수를 확장하고 중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에 있는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를 찾은 사람들이 스크린을 보며 스크린 산악자전거 게임을 즐기고 있다(위). 이 테마파크 한쪽에서는 한 여성이 트램펄린을 하며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을 하고 있다(아래).

스크린을 이용한 가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스크린 골프에서 시작된 가상 스포츠 시장은 다른 종류의 스포츠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야구·승마·사격은 물론 양궁이나 테니스도 스크린 스포츠로 만들어졌다. 앞으로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기술과 기기가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해 좀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가상 스포츠 콘텐츠들도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5조 육박 스크린스포츠… 야구로 흥행 이어가

국내 가상 스포츠 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3조원대로 추정된다. 10년 만에 30배 이상 성장한 것. 내년에는 5조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역시 스크린 골프다. 골프존·티업비전·지스윙·SG골프 등 10여개 업체가 전국 약 80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시장 규모는 약 2조5000억원(2015년)으로 스크린 스포츠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크린 골프 확산은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선입관을 깨고 골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신종 스크린 스포츠는 '야구'다. 리얼야구존을 비롯해 스트라이크존·베이스온·레전드야구존 등 10여개 브랜드, 300여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야구는 대중적인 스포츠인 데다 골프처럼 스윙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관계자는 "2014년 시장 규모가 10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올해 1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며 "현재 80개 수준인 매장을 내년에 200여개까지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레전드야구존을 운영하는 클라우드게이트는 "국내 시장에서 매장 수를 400여개까지 늘린 후 일본·대만 등 야구를 좋아하는 다른 나라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포테인먼트로 자리 잡아… VR도 적용해

가상 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은 성인의 여가(餘暇) 수요 때문이다. 실제로 스크린 골프장이나 야구장은 직장인들이나 친구들끼리 모임을 갖는 장소로 활용된다. 부서 회식 대신 스크린 야구를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스크린 테니스·승마 등은 외부에서 실제로 즐기기 어려운 데다 다이어트 효과가 있어 여성이 선호한다.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는 "노래방 외에 대안이 없는 현실에서 스크린 스포츠가 건강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며 "최근 개발되는 콘텐츠는 스포츠에 게임적 요소를 결합한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스포츠개발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청소년 교육용 가상 스포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서울 옥수초등학교 학생들이 스크린 축구 콘텐츠를 이용해 체육 수업을 듣고 있다. ETRI는 "오는 2019년까지는 50개 초·중등학교에 관련 콘텐츠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프존은 'VR방'용 가상 스포츠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VR 기기를 이용하면 사용자들이 느끼는 이른바 '몰입감'이 좋아지기 때문에 더 실감 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신기선 골프존 상무는 "VR 헤드셋을 썼을 경우 이동이 어렵고 어지러움을 느끼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면 가상 스포츠와 VR 기술과의 결합이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