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가입할 수 있는 절세 상품이 있나요?” (강남에 사는 중소기업 대표 A씨)

지난 2일 ‘부자 증세’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산가들이 ‘세금 폭탄’을 피할 묘수를 찾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고소득자의 세율이 오르고 각종 비과세 혜택도 줄어들면서 소득이 10억원을 초과하면 연 1000만원 가량의 소득세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이나 전문직·자영업자 등 세 부담이 확대되는 사람들은 서둘러 내년 투자 계획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절세가 용이한 금융 상품을 통해 세금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상품을 고를 때 고수익을 찾기 보다는 세금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조현수 우리은행 WM자문센터 컨설팅 팀장은 “종신지급형 상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같은 절세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글로벌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초저금리 현상을 꾸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금리와 환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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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표준 5억 초과 구간 신설… 사실상 부자증세

이번에 개정된 소득세법의 핵심은 ‘부자 증세’다. 현행 소득세는 과세표준(소득에서 공제액을 뺀 금액) 1억5000만원 초과자에게 세율 38%를 적용하고 있는데, 개정된 소득세법은 5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40%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주민세까지 포함하면 5억원 초과시 세율은 44%에 달한다.

과표 5억원 이상은 연 소득 6억~7억을 올리는 사람이다. 연소득 6억원 이상의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이다. 대기업 임원과 전문직, 자영업자 등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과세표준 6억원이 넘는 이들은 200만원, 8억원 초과자는 600만원, 10억원 초과자는 1000만원 가량 각각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정부는 근로소득 기준 6000명, 종합소득 기준 1만7000명, 양도소득 기준 2만3000명이 대상자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고소득자의 카드 공제 한도를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총급여 7000만∼1억2000만원인 사람은 오는 2019년부터 카드 공제한도가 3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낮아진다. 1억2000만원 초과자의 한도는 당장 내년부터 200만원으로 100만원이 떨어진다.

카드 공제는 연말정산 과정에서 세 부담을 가장 많이 덜 수 있는 항목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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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의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도 줄어든다. 현재는 연간 400만원 한도에서 연금계좌 납입액의 12%만큼 세액공제를 해주고, 퇴직연금계좌를 합산할 경우에는 700만원까지 공제를 허용해주고 있다. 개정 세법은 연간 급여가 1억2000만원을 넘으면 공제한도를 3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

장기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한도도 현행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어든다. 현재 저축성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거나 일시납으로 2억원 이하를 내면 비과세된다.

◆“바다 건너로 눈 돌려라” 비과세 혜택 주는 브라질 국채 인기

편법을 쓰지 않고 소득세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소득에서 소득공제액을 뺀 값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이 되기 때문에 소득공제를 많이 받을수록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금액이 줄어들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그러나 과세표준 5억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다. 게다가 소득공제의 대표 상품인 카드 공제한도마저 줄어든다.

금융상품에 투자를 하는 고소득자라면 금융자산 투자시 소득에 대해 세금이 전혀 없는 비과세 상품, 일정세율만 원천징수되면 추가과세 없는 분리과세상품 등 절세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비과세 상품에는 브라질국채와 비과세종합저축, 해외비과세펀드, ISA 등이, 분리과세 상품에는 장기채권, 하이일드펀드. 고배당주식 등이 있다.

최근 고소득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상품이 바로 브라질 국채다. 한국과 브라질은 조세 조약을 체결하고 각 발행 국가에서만 국채에 대한 과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브라질에서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면 높은 이자 수익을 비과세로 받을 수 있다.

올들어 10%대에 달하는 국채 금리에 더해 헤알화 가치가 연초 대비 20% 이상 오르면서 브라질 국채 투자에 돈이 몰렸다.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의 지난 10월 브라질 국채 판매액은 총1124억4000만원으로 9월(702억7000만원)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앉아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초기 브라질 채권 투자자 중 상당수가 헤알화 하락으로 곤욕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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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브라질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트럼프 쇼크’로 브라질 채권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설명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쇼크로 헤알화와 브라질 채권의 소폭 약세가 예상된다”면서도 “브라질 거시경제 안정성 회복 추세, 시장 친화적인 정책추진, 금리 하락추세를 감안해 조정시 브라질 채권의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고 권했다.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는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상품으로 10년간 3000만원 한도로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해외 주식에 투자해서 발생하는 매매 평가차익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가됐었다. 신규 해외투자전용펀드로 투자할 경우에만 해당된다. 가입 기한은 2017년 12월 31일까지다.

달러화 예금도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다. 달러화 예금은 미국 달러로 표시되는 외화예금이다. 원 ·달러 환율이 떨어졌을 때(원화 강세) 달러화를 사 예치해두면 이후 달러 강세 기조가 확대됐을 때 이를 팔아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별도의 세금 없이 은행 환전수수료만 부담하면 돼 최근 강남 큰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자·배당 수익 2000만원 초과하면 분리과세 상품 활용해야

이자나 배당으로 얻는 수익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분리과세란 투자해서 얻은 수익을 투자자의 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따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6.6~41.8%를 부과하기 때문에 분리과세 상품을 활용하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장기채권은 만기가 10년 이상인 채권을 말한다. 이익이 나기 전 투자자가 분리과세를 신청하면 33%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으로 38.5%, 41.8%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이 경우 투자자가 채권을 10년 이상 보유해야 할 필요는 없고 채권 발행시 만기가 10년 이상인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된다.

하이일드펀드는 총자산 대비 6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인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다. 1년~3년 동안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이자 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 15.4%로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

다만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정크본드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발행자의 채무불이행 위험 부담도 크다는 것을 알고 투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