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건 집값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동안 경제성장률과 고용률, 코스피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가 고전하며 국가 경제가 가라앉고 있지만, 빚이라도 내서 집을 사라 했던 정부 때문인지 집값 만큼은 ‘플러스’다.

특히 서울 자치구 중에서도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저금리 기조 아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상향조정되면서 돈 빌리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고, 재건축 연한 단축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의 친(親) 주택시장 정책이 나오면서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였기 때문이다.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면서 집값은 말 그대로 ‘억 소리’나게 올랐다.

◆ 朴 재임 동안 강남 아파트 값 26% 치솟아

박근혜 정부 집권 초기 대비 현재 서울 집값 현황.

조선비즈가 부동산114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 2013년 3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5억2290만원에서 6억1293만원으로 17% 올랐다. 불과 3년 8개월 만에 평균 9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올해 3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이 371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푼도 안 써야 내 집을 마련하는데 13년 7개월이 걸린다.

특히 강남 3구의 약진이 눈에 띈다. 강남구는 이 기간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26% 올라 전체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구의 경우 2013년 3월만 해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9억6800만원으로 10억원을 밑돌았지만, 올해 11월말 기준 12억2921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강남구에서 아파트 1가구를 살 돈이면 서울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낮은 도봉구(3억1850만원)에선 아파트 4채를 살 수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같은 기간 각각 23%와 21% 올랐다. 서초구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013년 3월 9억8496만원에서 올해 11월 12억2125만원까지 오르면서 강남구를 위협하고 있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7억1390만원에서 8억6713만원으로 뛰었다. ‘강남 4구’라 불리는 강동구도 2013년 3월 4억6564만원에서 5억5599만원으로 상승하며 20%가량 올랐다.

직주근접 지역의 상승률도 눈에 띈다. 여의도 출퇴근이 편한 강서구 아파트의 경우 2013년 3월에는 평균 매매가가 3억7665만원이었지만, 올해 11월에는 4억6576만원으로 23% 올라 강남 3구 못잖은 상승세를 보였다. 광화문·시청·종각·을지로 출근이 용이한 마포구와 서대문구도 각각 18% 올랐다.

◆ 정부 정책, 강남 주택시장에 유리…비강남 ‘눈물’

강남 3구의 집값이 크게 오른 것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강남 투자 수요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직후 4·1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와 주택구입자 양도세 한시 면제,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의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2014년 7·24 정책을 통해 LTV와 DTI를 상향조정했다. 취임하자마자 집을 사라는 신호를 적극적으로 보낸 것이다.

이어 9·1 대책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조치 등을 담은 ‘부동산 3법’까지 내놓았다. 저금리 환경 아래에서 금융규제가 완화되자 분양권을 팔아 웃돈(프리미엄)을 챙기려는 ‘단타족’이 판을 쳤고, 재건축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면서 3.3㎡당 4000만원이 넘는 아파트까지 출현, 인근 집값을 끌어올렸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에서도 입지가 좋고 상승 탄력이 강한 강남에 투자 수요가 몰리다 보니 자연스레 집값도 오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강남 아파트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여윳돈 수억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이러다 보니 투자 여력이 없는 서민보다 자산가들의 자산만 늘었다는 평가도 있다.

강남 3구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비강남권에서 강남권으로의 이동이 사실상 막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소득자는 고소득자들끼리 무리지어 사는 폐쇄적인 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강북권에서 강남권과 가격이 엇비슷한 용산구(9억2680만원)를 제외하면 아파트값이 가장 높은 지역이 광진구(6억4462만원)인데, 송파구와 비교해도 2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평균 아파트값이 3억원대인 강북·노원·도봉·중랑구의 경우 강남권으로 거주지를 옮기기 위해서는 현재 아파트값의 2배 이상이 필요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 정부 들어 9·1대책과 부동산 3법. 청약 1순위 조건 완화 등의 정책이 줄줄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렸고, 특히 자산가치가 있는 강남권 재건축 주택시장으로 몰렸다”고 말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감시팀 부장은 “부동산3법 등의 정책이 나오면서 강남 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투기판’이 형성되다 보니 투기 수요들만 제몫을 챙겼지, 정작 실수요자와 강남 투자가 어려운 서민들은 피해를 보게 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