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017년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내내 교체설이 나돌던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이 유임됐다. 조준호 사장 체제에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잇달아 적자폭을 키우면서 책임론이 대두됐지만 그룹 차원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줘야한다는 내부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일 LG전자는 2017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부회장 1명, 사장 1명, 부사장 5명, 전무 13명, 상무 38명 등 총 58명 승진 인사가 이뤄지며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를 기록했다.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에 의거했다는 것이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이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피아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사 직전까지도 거취가 불분명했던 조준호 사장은 유임이 결정됐다. 지난해 박종석 사장을 대신해 MC사업부를 맡은 조준호 사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인 실적 부진으로 경질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조 사장이 이끄는 MC사업본부는 올 초 야심차게 내놓은 'G5'의 실패로 3분기 누적 7921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적자 규모가 7000억원 정도 늘었다.

조준호 사장의 유임에는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등 LG그룹 최고 경영진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황이 전임 박종석 사장 시절과는 다르며 삼성, 애플 등 강자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지원이 부족했다는 점이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며 "3년차까지는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줘야 한다는 점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LG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MC사업본부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글로벌 마케팅 부문을 강화하기도 했다. MC사업본부에서 나온 3명의 승진자 가운데 2명이 해외 시장 마케팅 분야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이날 LG전자는 이석종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 최진학 MC유럽영업FD담당을 각각 전무, 상무로 승진시켰다.

다만 그동안 모듈형 스마트폰, 스마트 카드 등 실험주의적 노선을 택했던 조준호 사장의 전략은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G5에서 시도한 모듈형 스마트폰 사업은 폐기할 예정이며 스마트카드 연구개발, 원거리 무선충전 기능 등 LG전자가 물밑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대부분 폐기되거나 연기됐다. 내년에는 자체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홍채 인식 등 기존에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내년 MC사업부의 한 해 농사를 책임질 G6의 안정성 강화를 위해 기존 G시리즈와 V시리즈를 통해 사용자들로부터 검증받은 전 ·후면 광각(듀얼) 카메라와 고성능 오디오 기능 등을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LG폰에서는 최초로 무선충전과 LG페이 등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LG페이 역시 대중성과 편의성 등을 이유로 그간 준비하고 있던 별도의 화이트카드 방식이 아닌 근거리무선통신(NFC) 및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을 함께 지원하는 방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G6 탑재를 목표로 개발해오던 자체 개발 모바일 AP도 아직 완성도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MC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인텔을 통해 자체 개발 AP를 일부 생산할 예정이지만 전체적인 물량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모델에 적용한 뒤 안정된 이후에 주력 모델에 넣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