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망자성룡(望子成龙)이라는 말이있다. 자녀가 ‘용’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이 말은 청나라 아녀영웅전(儿女英雄传)에 나오는 망자성명(望子成名)에서 왔다. 망자성명은 자기가 성공하는 것보다 자녀가 세상에서 이름을 얻고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동아시아 엄마들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국과 대만의 엄마들도 그렇고, 일본의 이런 엄마들을 영어로 Kyoiku mama(교육마마∙敎育ママ)라고 부른다. 연전에 중국계 미국인이 출간한 책에 등장한 ‘타이거 맘’이라는 개념도 이와 비슷하다. 이들은 자녀들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자녀들이 공부가 적성에 맞든 안맞든 관계없이 학업 성취도를 요구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열심히 가르치지만, 기타와 드럼에는 손을 못대게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시험의 결과로 교육의 성패를 갈음하였다. 또 입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얼마 전에 한국의 수능 시험이 있었는데, 일본도 수능과 비슷한 센터 시험이라는 것이 있고 몇몇 일본의 대학들도 한국의 학생부 전형 같은 것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국이나 일본도 여전히 사교육이 있고 공교육 현장의 어려움이 여전하다.

중국은 해마다 6월 7~8일 이틀간(3일간인 지역도 있다) 치러지는 대입시험(高考∙까오카오)으로 한번에 결판이 났었다. 그런데 최근 발표에 의하면 2017년 상해시, 절강성의 신까오카오를 필두로 대입 개혁을 하고 있다. 문이과를 폐지하고, 언어 수학 외국어 이외의 과목은 선택하도록 하고, 내신과 학생부 등 다양한 평가를 도입하고, 외국어의 경우 10월과 4월에 두번의 시험기회를 부여하는 등, 과도한 경쟁 일변도의 입시 체제를 바꾸는 실험이다.

월스트리트(华尔街) 영어학원. 2000년부터 중국 영어학습 시장에 진입했다.

이러한 동아시아 특유의 교육 풍조는 중국에서 발원했을 가능성이 짙다. 유교적인 전통에서는 학문을 하는 것과 조정의 관원으로 나서는 것이 연계되고 장려되었다. 교육과 시험으로 나라의 관리를 뽑는 제도는 수나라때 시작되어 당나라의 과거제로 정착되었다. 글을 읽어 빈천을 탈피하고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 입신양명(立身扬名)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대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을 나오고 고시를 보는 일이 출세의 방편이 되었다. 그리고 유난히 학자가 사회의 제 분야에서 대접받고 정치, 행정의 막중한 자리에도 예사롭게 등용되는 일이 많았다.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산아제한(计划生育∙계획생육) 정책으로 대부분의 가정은 한자녀의 소황제, 소공주가 탄생하게 되었고, 교육은 이들에게 집중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는 이른바 고양이 아빠(猫爸∙묘파)가 대부분인 가운데, 일부의 늑대 아빠(狼爸∙랑파)는 호랑이 엄마(虎妈∙호마)와 마찬가지로 엄하게 훈육하여 일류 대학을 가라고 다그친다.

이제 중국의 노령화가 시급해지자 두자녀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시장 측면으로 보면 유아동 관련 산업과 유치원등 교육 관련 산업의 성장 공간이 커진다는 의미다. 당장 산부인과 의사와 병상의 부족이 논의되고 있다. 조금 있으면 유아동 보육, 교육 인프라가 부족해 질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 시장 경제 도입 전에 아기가 태어나면 만1세~3세까지는 탁아소(托儿所)에 맡겼다. 그리고 나서 만4세~6세에는 학전반(学前班)에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사립 유아원(幼儿园)이 성업 중이다. 인기 있는 유아원은 대기자도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농촌에는 학전반이 남아있다. 유아원에 갈 형편이 안되는 아이들을 돌봐 준다.

유아원(幼儿园)의 내부

공교육 제도를 보자. 만7세부터 6년의 소학교, 3년의 초중(初中∙한국의 중학교)은 의무교육이다. 그리고 나서 치르는 시험이 중카오(中考∙중고)다. 진학은 일반적인 고중(高中∙한국의 고등학교)이나 직업교육 위주의 중전(中专∙중등 전업학교)으로 간다. 고중을 졸업하고 대학에 가기 위해 까오카오(高考∙고고) 시험을 본다. 중국에서는 대학을 고교라고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까오카오의 정식 명칭은 ‘보통 고등학교 초생(招生∙학생을 모집한다는 뜻) 전국 통일고시’다.

까오카오 시험을 치르고 진학하는 대학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 본과(本科). 본과를 졸업하면 학사학위를 받는다. 둘째 3~5년의 전과(专科). 전과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다. 고직(高职)은 고등 직업 기술학원. 그리고 대전(大专) 또는 고전(高专)이라고 줄여 부르는 고등 전과 학교다. 이들은 학위증서는 주지 않고 졸업증서(毕业证书∙필업증서)를 준다. 대학원은 연구생원(研究生院)이라고 하는데, 고연(考研∙석사 연구생 입학고시)을 치르고 들어간다.

비 전일제(非全日制) 수업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원거리(远程∙원정) 대학 제도도 있는데, 1998년부터 시작되었고 칭화대학등 68개 대학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과는 별도로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무크(MOOC∙慕课∙무커)도 중국에서 진행중이다. 수강자 제한없이 대규모로(Massive) 별도의 강의료 없이(Open) 온라인으로(Online) 수강할 수 있는 강좌(Course)라는 뜻인데, 미래 대학교육 체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교육을 둘러싼 산업도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다. 주목할 곳은 영어 사교육이다. 중국의 학부모들이 길거리에서 서툰 영어 솜씨로 자기 아이들에게 영어 대화를 시도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학부모 세대가 얼마나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글로벌 교육 회사인 EF(英孚∙잉푸), 월스트리트(华尔街) 등의 학원이 성업중이다.

대교의 아이레벨(爱脑培) 학습센터

본토의 거대 사교육 그룹도 탄생했다. 신동방(新东方)은 어린이 조기교육부터 고입, 대입, 토플(托福∙퉈푸)을 포함한 각종 영어, 공무원 시험(国考∙국고), 유학알선, 인강 등에 이르기까지 사교육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2006년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여행업계도 외국유학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답사하는 친자유(亲子游) 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영국의 옥스포드(牛津∙우진), 캠브리지(剑桥∙검교) 등이 인기 대학이다.

이 밖에도 수많은 학원(补习班∙보습반, 또는 培训班∙배훈반)이 있고, 과외교사(辅导∙보도), 가정교사(家教∙가교)까지 포함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B2C의 인터넷 강의 시장도 외국어, 입시, 유학, 공무원, 직업교육, 기업체 이러닝 등의 분야에서 급속히 커지고 있다. C2C로는 바이두 교육, 타오바오 동학(同学∙학우의 뜻) 같은 플랫폼이 있다.

한국의 대교, 메가스터디, 웅진, 재능, 청담러닝, 한솔교육 등 교육 관련 기업들도 거대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유아동 관련, 그리고 교육 관련 비즈니스가 식품, 의류, 전자, 자동차, 화장품, 관광 레저, 바이오 등에 이어 또하나의 유망한 중국 진출 산업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몇몇 대학들도 중국 유학생의 유치를 위해, 또 한국 학생의 교환 교육을 위해 중국에서 활동 중이다.

중국이나 한국이나, 교육은 한마디로 미래의 주역들을 키워내는 중차대한 작업이다. 여기에는 어떤 사심이 끼어 들어서도 안되며, 오직 교육을 통해 인간발전과 사회개조를 가능하게 하려는 기성세대의 노력만이 요구된다. 한국, 중국, 나아가 이 세상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토양을 만들어 줄 것인가가 미래를 가름한다.

◆ 필자 오강돈(52)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현재 한국과 중국간 아웃바운드/인바운드 마케팅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중마케팅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다.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IT 투자회사, 디자인회사 경영의 경력을 쌓고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 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