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실리콘 반도체는 성능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고집적화되면서 물리적으로 집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소자로 빛을 이용한 광전 소자 연구를 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의 이현석(사진) 연구위원 연구팀은 반도체의 신소재로 각광받는 이황화몰리브덴과 같은 2차원 반도체를 이용해 빛의 속도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광전소자 기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2차원 반도체를 이용해 광전소자를 만들려면 소자의 크기를 나노미터(nm, 100만분의 1m) 수준으로 줄여 집적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빛이 진행 도중 틈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빛의 일부분이 장애물 뒤로 돌아가는 ‘빛의 회절’ 현상이 일어나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 물질로 만든 단일층 트랜지스터 위에 은 나노선을 다리처럼 연결해 복합소자를 만들어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2차원 반도체는 빛을 받으면 ‘엑시톤(exciton)’이 만들어지며 광자가 방출된다. 엑시톤은 반도체 내에서 전자와 정공이 결합돼 있는 쌍으로 엑시톤이 결합하면서 광자가 나오는 것이다.

이 광자가 지름 200nm, 길이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은 나노선을 따라 지나가며 광신호가 회절 현상 없이 전달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광신호에 정보를 담으면 전자의 움직임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이 개발에 성공한 단일층의 2차원 반도체는 상온에서 ‘엑시톤’을 방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대면적 제작이 쉽기 때문에 차세대 광전소자로 적합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 논문의 제1 저자인 이현석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나노 스케일의 광전 회로 소자를 구현할 때 기존 반도체 물질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상온에서 엑시톤을 방출해 기존 반도체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광소자 실현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