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기업인가? 건강기능식품 기업인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 코스맥스는 지난 2007년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진출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다. 당시 코스맥스는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제품을 공급하며 급성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맥스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10년 만에 K-뷰티를 이끌어 온 코스맥스의 선택이 적중한 셈이다. 2014년 469억원, 2015년 7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2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코스맥스 그룹 전체 매출에서 현재 15% 정도까지 비중이 늘어났다.

코스맥스는 캡슐형 오메가3,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을 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ODM은 자체 브랜드는 없지만, 직접 신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다. 고객이 의뢰하는 경우에도 개발 공급한다. 2014년에는 건강기능식품 관련 회사를 인수했다. 지난해 미국 댈러스에 생산기지를 건설했고, 올해 말에는 호주공장, 내년엔 중국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해외 고객사의 주문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중국발 리스크 ‘한류 금지령’에 따라 국내 화장품 기업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건강기능식품 사업은 회사 매출에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71⋅사진)는 “건강기능식품이 코스맥스 그룹의 신 성장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 샐러리맨에서 기업 총수까지...“저가 브랜드숍과 함께 성장”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한 이후 제약회사와 광고회사에 다녔다. 해외 출장 중 화장품 제조와 유통이 분리된 것을 보고, 1992년 11월 일본 화장품 ODM 기업 ‘미로토’와 제휴해 회사를 설립했다.

1994년 일본 미로토와 협력관계를 끊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다 1997년 외환위기까지 겹쳤다. 이어 터진 2003년 카드 사태로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됐고 회사는 적자였다.

그러던 중 이경수 회장은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했다. 2003년 서울 명동부터 부산, 광주, 대전 등 주요 도시 중심상권을 돌아다녔다. 몇 만원대였던 대기업 제품은 팔리지 않고, 몇 천원대에 불과한 화장품을 파는 신생 저가 브랜드숍이 인기였다.

이 회장은 저가 브랜드숍에 납품하기로 했다. 간부회의에서 ‘회사 이미지를 추락시킨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우리는 ODM 기업이다. 이미지가 아니라 우수한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납품하는 게 ODM 기업의 본연”이라며 현장 중심의 결단을 내렸다.

불과 2년만인 2005년엔 수출 1000만불을 달성했다. 지난해 코스맥스는 연간 4억개 제품을 생산했다. 전 세계 인구 15명 중 1명은 코스맥스가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는 셈이다. 국내외 고객사는 메이블린, 슈에무라, 랑콤 등의 브랜드를 가진 로레알 그룹을 비롯해 600여 개에 달한다.

코스맥스 R&I센터 내부 모습.

◆ 최고 히트상품 ‘젤 아이라이너’...“전 세계 5000만개 팔아”

코스맥스는 올해 그룹 전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맥스 그룹 전체 매출은 2011년 2440억원, 2012년 3126억원, 2013년 3790억원, 2014년 5855억원, 2015년 8033억원을 기록했다. 10년 연속 20%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2017년 세계 1위 종합 뷰티 ODM 기업으로서 오는 2020년 매출 3조원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전 세계 코스맥스 R&I(Research & Innovation)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350명이다. 이경수 회장은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 분야에 꾸준히 투자하며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 생산 공정 모습.

코스맥스의 글로벌 최대 히트 상품으로 ‘젤 아이라이너’, ‘젤리돔 블러슈어’, ‘쿠션 파운데이션’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젤 아이라이너는 2008년 로레알에 납품한 이후 지금까지 5000만개를 팔았다. 당시 아이라이너는 쉽게 지워지거나 번지는 단점이 있었다. 코스맥스는 개발에 들어간 지 두 달 만에 고가 제품에만 적용되던 젤 타입 아이라이너를 저렴한 가격에 생산했다.

이경수 회장은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제품 라이프 사이클은 매우 짧고, 유행이 빨리 변하기로 유명하다”면서 “이런 특징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코스맥스는 고객을 위한 완벽한 품질과 스피드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맥스 미국 공장 전경.

◆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 공장 인수
코스맥스는 지난 2013년 로레알로부터 인도네시아와 미국 공장을 연이어 인수했다. 로레알이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05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로서 처음 로레알에 아이섀도를 공급한 지 8년 만이다. 이젠 로레알이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한 아시아 유일의 화장품 ODM 기업이 된 것이다.

코스맥스는 현재 국내 4개 공장과 중국 3개, 미국 1개, 인도네시아 1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창립 초기부터 수출 우선 정책을 펼쳤다. 지금은 화장품 산업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100여 개국으로 수출한다. 국내 업계 중 수출 1위다.

코스맥스 중국 광저우 공장 전경.

해외 진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2004년 업계 최초로 진출한 중국은 최근 11년간 매년 40% 이상 성장세를 보인다. 지난해엔 60% 성장을 이뤘다. 전체 매출의 80%가 중국 현지 기업으로부터 나오며, 방문판매, 홈쇼핑, 화장품 전문점 등 180여 개 브랜드와 거래 중이다.

이경수 회장은 “전 세계 화장품 시장 중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중국 시장에서 중국 내 최대 고객사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글로벌 고객사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