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유산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만한 곳이 없다.

33만여 국보급 유물이 소장된 세계적 규모의 박물관으로서, 그 중 1만3000점 정도가 상설 전시되고, 국내외 유수 소장품의 기획 전시가 수시로 이뤄지는 국립중앙박물관은 ‘대한민국의 보물창고’로서 100년 넘게 우리 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필수 견학 코스로도 빠질 수 없는 곳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용산구 이촌동 일대 아파트촌.

국립중앙박물관은 지하철 경의중앙선 서빙고역과 4호선 이촌역과 가깝다. 본관은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있다. 부속동은 9개다. 동관과 서관, 두 개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된 듯 이어지는 외관에 전시 공간과 유물 보관 공간, 연구 공간, 각종 부대시설이 있다. 인근 호수 ‘거울못’과 정원을 끼고 박물관 계단으로 올라가면 광장 계단 정면으로 우뚝 선 남산타워가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어진 부지 29만5551㎡는 원래 미군 용산기지 골프장을 돌려받아 조성된 용산가족공원과 미군 헬기장이 있던 곳이다. 현재 용산가족공원 일부가 남아있다. 박물관 건축면적은 4만9469㎡, 연면적은 13만8157㎡다.

서울 용산구 용산동6가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수 ‘거울못’.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국립중앙박물관은 원래 1909년 대한제국 당시 창경궁에 문을 연 제실박물관이 전신이다.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명에 따라 박물관이 개방됐다. 이후 일제 강점기엔 조선총독부에 속하게 됐고 경주와 부여, 공주 등에선 분관도 문을 열었다. 이후 박물관은 덕수궁 석조전, 경복궁 등으로 이전했다.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직제가 개편되고 나서 지금의 용산으로 이전한 것은 1990년대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새로운 국립중앙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하고 1997년 착공에 들어갔다. 서울을 문화 중심의 도시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었다. 1997년 박물관 건립 기공식이 열렸고 2005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광장에 있는 계단 뒤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인다.

박물관 건축은 국제 공모를 통해 이뤄졌다. 정림건축이 설계하고 동부건설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 GS건설 등이 시공에 참여했다. 남산의 자연녹지를 연계해 건물 중앙을 ‘열린 마당’으로 개방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 건축은 하나의 성벽처럼 길게 보이게 만들었다. 외부와의 단절과 함께 안전하고 평화로운 공간을 꾀했다. 박물관 천장에는 자연채광이 들어오게 했다. 총 사업비는 4092억원이 투입됐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경천사 10층 석탑이 있는 중앙 통로인 ‘역사의 길’을 중심으로 상설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3개층 좌우로 선사·고대관, 중·근세관, 기증관, 서화관, 아시아관, 조각·공예관으로 나눠 1만3000여점의 유물을 전시 중이다. 어린이박물관과 으뜸홀, 기획 전시설도 따로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 입구, 중앙 통로 ‘역사의 길’,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천장, 3층에서 내려다 본 입구.

박물관 전체로 보면 국가귀속문화재 1만6000여점과 유리건판 1600점, 일제강점기 조사 문화재 1200점, 구입품 130점, 기증품 120점 등 총 1만9000여점을 소장 중이다. 전체 유물을 꼼꼼히 살핀다면 약 1주일은 걸린다는 방대한 규모라, 박물관이 선정한 ‘중요 유물 100선’ 등의 코스 선택을 하거나 시간을 가지고 나누어 관람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지난해 말 기준 571명이 근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경주와 광주, 전주, 부여, 공주 등 전국 12곳과 미륵사지유물전시관도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3층에서 내려다 본 역사의 길 전경.

국립중앙박물관은 2009년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몽유도원도와 훈민정음 해례본, 천마도 등이 전시돼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기획특별전이 열렸다. 18세기 이후 도시문화의 성장을 배경으로 조선 후기부터 근대까지 도시의 경관, 정서, 미의식 등을 주제로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미술품 200여점이 전시됐다.

국립 박물관이라 기획전을 제외한 기본 관람료는 무료다. 지난 한 해 총 관람객은 312만9680명을 기록했다. 상설전시관에 183만여명, 어린이박물관에 59만여명이 다녀갔다. 외국인 관람객만 13만명이었다.

박물관 옥상(360도 촬영)에 올라가면 이촌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촌동 아파트 단지들로 둘러싸인 동작대교가 보인다. 박물관 뒤쪽으로는 남산타워와 미군 골프장 등 일부 남은 용산 미군시설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옥상에서 바라본 박물관 뒤쪽 전경. 남산타워와 오른쪽으로 미군 골프장 등 미군 시설 일부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