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가 오는 12월 5일 세계 최초의 증강현실(AR) 스마트폰 ‘팹2 프로(PHAB 2 Pro)’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다. 같은 달 2일 화웨이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시리즈를 국내 출시하자마자 레노버가 뒤를 이어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다. 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와 3차원(3D)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모바일 업계에서 연말은 대개 비수기로 분류되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갤럭시노트7 교체 수요, 크리스마스 쇼핑 특수 등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공습에 나선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레노버가 12월 5일 한국에서 선보일 예정인 증강현실 스마트폰 ‘팹2 프로’. 이 제품은 실제 공간을 3D 영상으로 실시간 구현해내는 구글의 ‘탱고’ 기술을 지원한다.

◆ 구글 AR기술 탑재한 ‘팹2 프로’ 내달 5일 한국 상륙

레노버는 다음달 5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스마트폰 론칭 행사를 열고 증강현실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팹2 프로의 국내 출시를 알릴 예정이다. 레노버는 올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레노버 테크월드 2016’ 당시 이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 판매는 지난 9월부터 이뤄졌다.

팹2 프로를 좀 더 정확하게 소개하자면, 실제 공간을 3D 영상으로 실시간 구현해내는 구글의 ‘프로젝트 탱고(Tango)’를 지원하는 단말기다. 탱고는 3D 카메라와 센서들을 통해 주변 공간 정보를 스캔하고, 이를 일종의 3D 지도로 바꾸는 기술이다. 팹2 프로의 센서는 초당 25만회 이상 주변을 측정한다. 구글과 레노버는 2014년부터 협력해왔다.

탱고의 3대 핵심 기술은 모션 트래킹(motion tracking), 공간 학습(area learning), 심도 인식(depth perception)이다. 이중 모션 트래킹 기술은 팹2 프로가 3D 환경에서 자신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간 학습 기술은 스마트폰의 현재 위치 파악에 쓰이며, 심도 인식 기술은 주변 장애물 등을 분석해 현실 세계의 모습을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팹2 프로의 탱고 기술을 통해 실내 공간을 측정하는 모습

팹2 프로 사용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증강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가령 공룡에 관한 공부를 할 때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제 크기의 가상 공룡을 불러내고, 그 주변에 각종 정보를 표시할 수 있다. 주방 리모델링을 하는 사용자는 탱고 기술로 공간을 측정한 다음 주방 타일이 배치된 모습 등을 미리 점검해볼 수 있다.

구글의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프로젝트 탱고 책임자인 조니 리는 “탱고 기술은 스마트폰을 ‘가상의 줄자’로 만들어 줄 것”이라며 “눈대중으로 본 제품이 실제로 맞지 않아 겪는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팹2 프로의 국내 출고가는 50만원 후반대가 될 전망이다. 앞서 레노버는 미국 시장에서 이 제품을 499달러(약 59만원)에 출시했다. 단, 이 제품은 지마켓 등 오픈마켓을 통해 자급제로 판매될 예정이다. 자급제는 이통통신사 가입과 무관하게 스마트폰 기기만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 “중국폰 12월 기점으로 한국 진출 가속화”

팹2 프로가 당장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다는 것이 모바일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레노버가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스마트폰 브랜드가 아니고, 판매도 자급제 형태로만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도 판매량이 적을 것으로 판단해 이 제품 출시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처음 나온 증강현실폰이라는 점에서 일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고 신제품을 남들보다 빨리 경험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실험적인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그러나 화웨이, 레노버 등 자국 시장에서 체력을 키운 중국의 대형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12월을 기점으로 한국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은 대세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국내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11월 23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론칭 행사를 개최하고 오는 12월 2일 국내 시장에 ‘P9’과 ‘P9 플러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앞서 화웨이는 11월 23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호텔에서 스마트폰 론칭 행사를 개최하고 “프리미엄 모델 ‘P9’과 ‘P9 플러스’를 12월 2일 LG유플러스를 통해 출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P9 시리즈는 화웨이가 올해 4월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지난 7개월 동안 해외에서 9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에서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운다”며 “화웨이와 레노버 모두 이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기업들인 만큼 한국 업체들도 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 12월은 갤럭시노트7를 개통 취소(환불)한 뒤 새로운 제품을 찾는 사용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달이기도 하다. 서울 용산구의 한 이동통신 유통점 점주는 “12월에 반짝 특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조기 단종된 갤럭시노트7 사용자들에 대한 교환·환불 혜택 행사를 12월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