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식 메모지에 아이디어를 적어 넣고 칠판에 붙여가며 토론하는 것은 직장인에겐 익숙한 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방법엔 불편도 따른다. 우선 메모지에 손으로 일일이 내용을 적어넣기가 번거롭고,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이야기의 흐름은 어떠한지 나중에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스타트업 망고슬래브의 미니 프린터 '네모닉(nemonic)'은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됐다. 스마트폰·PC로 메모를 작성하거나, 저장된 자료를 불러와 접착 메모지에 간편하게 출력할 수 있다. 네모닉은 이달 초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출품작 중 왕중왕 격인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을 받았다. 이번에 최고 혁신상을 받은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와 망고슬래브 3곳뿐이다.

14일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내 사무실에서 만난 정용수(35) 대표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아이디어와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은 만큼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14일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스타트업 ‘망고슬래브’의 정용수(오른쪽) 대표와 박용식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미니 프린터인 ‘네모닉’을 선보이고 있다.

망고슬래브는 삼성전자의 사내(社內)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서 올해 6월 독립했다. C랩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공모해 개발을 지원하고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는 스타트업으로 독립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정 대표는 "메모지를 벽에 잔뜩 붙여 가며 회의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며 "기업 회의용 제품이라는 타깃 시장이 분명해 성공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를 포함해 박용식(43)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삼성전자 출신 4명이 함께 망고슬래브를 설립했다.

독립 이후엔 아이디어 수준이었던 제품을 본격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다양한 소재의 벽면에 잘 붙으면서도 떼어낼 때 종이가 찢어지지 않는 적정 접착력을 찾기 위해 접착제 수십 종을 테스트했고, 미니 프린터 안에 돌돌 말려 있는 종이가 출력되면 반듯하게 펴지도록 하는 등 꼼꼼한 편의 기능도 넣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특허도 7건 출원했다.

소프트웨어(SW)에도 공을 들였다. 출력 내용을 디지털화해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에 저장하고, 회의가 끝난 뒤에도 언제든 메모를 불러내 발표자별, 시간 순서별 등 다양한 기준으로 재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정 대표는 "인쇄 기능만으로는 '짝퉁'이 나왔을 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소프트웨어도 핵심 기능은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며 보완을 거쳐 내년 1월 CES에서 시연하고 상반기 중으로 미니 프린터와 함께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우선 기업 회의용 제품 시장을 공략한 뒤 교육용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어 단어 암기 카드를 만들거나, 수업 자료를 출력해 노트에 붙이는 등 교육용으로도 쓰임새가 높다는 것이다. 그는 "집집이, 회사 회의실마다 네모닉이 한 대씩 놓여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