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관계, 언론관계, 대중관계로 나뉘는 공관(PR)
사회공헌 활동도 중요
'꽌시'가 통하는 상황 점점 줄어들고 있어

중국 사업을 하면서 제법 홍보, PR 활동을 잘 해 왔다고 자부하는 기업도 한 순간에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 위기의 진앙지는 정부가 될 수도 있고, 언론이 될 수 있고, 소비자 단체나 소셜 미디어가 될 수도 있다. 그럼 먼저 PR이 기업 경영에 어떻게 소용 되는지부터 간략히 알아보자.

광고는 대개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프로모션(촉진) 하기 위해, 즉 뭔가를 사달라고 하는 것이다. 또 정치, 사회 조직이 그들의 이익이나 신념의 전파를 위해 광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홍보, PR은 기업이나 조직이 자신들을 사랑해 달라고, 호의를 가져 달라고 하는 경우다. 실행할 때는 광고와 PR 사이에 경계가 불분명하기도 하고, 서로 자기가 더 넓은 범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의 제지 회사와 한국의 제약 회사 유한이 만든 종이 용품 회사가 있다. 한국에서 화장지, 휴지, 기저귀, 물휴지, 생리대, 노인용 기저귀 등을 팔고 있는데, 결국 원료로 나무를 소비해야 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회사가 한국에서 30년동안 PR과 광고를 넘나들며 했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말미암아 한국인들은 이 기업이 ‘이 땅’의 ‘환경보호’에 앞장섰다는 인식을 하며 호감을 갖게 되었고, 마케팅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중국 킴벌리사의 하기스(好奇∙호기) 음악회. 임산부(准妈妈∙준마마는 곧 엄마가 된다는 뜻)를 대상으로 한다.

PR은 Public Relation의 줄임말이다. 홍보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공공 관계(公共 关系∙꿍꿍 꽌시), 줄여서 공관(公关∙꿍꽌)이라고 한다. 중국에 진출한, 그리고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은 자신을 둘러싼 정부, 언론, 시민사회와 대중을 향하여 공관 활동을 한다. 그래서 공관은 정부관계, 언론관계, 대중관계 등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다.

공관을 위해서는, 뉴스가 될 만한 재료를 찾아 매체에 자료를 배포하기도 하고(뉴스 릴리즈), 여러 전통 매체와 디지털 미디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나와 관련된’ 정보들을 모으고 분류하며(뉴스 클리핑), 공관의 대상들을 상대로 이벤트를 열거나, 여러가지 글과 영상물 등을 활용해서 신뢰와 호감을 이끌어 낸다.

그런데 조직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은 크게 변했다. 신문과 TV같은 전통적인 매체부터 소셜 미디어 처럼 디지털 시대의 다양한 것으로 넓어지면서, 정보의 데이터 수량도 엄청나게 방대해졌고 이것을 해석하거나 공관의 결과를 분석하는 애널리틱 기법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공관의 역할 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다. PR의 기능이 잘 정착된 나라의 조직들은 평소부터 위기관리 지침서(매뉴얼)를 준비해 놓고 유사시의 상황에 대비한다.

이밖에, 사회공헌 활동과 공관이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서로 도와주고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용어도 많이 분화됐다. 기업이 사회에 대한 윤리적 법적 책임을 다한다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와 개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활동에 마케팅의 원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소셜 마케팅(Social Marketing), 수익창출 이후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게 아니라 기업행위 자체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 창출), 소비자가 물건을 사면 기부가 되는 CRM(Cause Related Marketing∙공익연계 마케팅) 등이 있다.

중국SK의 장학 퀴즈 프로그램 장원방(状元榜).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도 사회공헌 활동에 열심이다. 시골 소학교를 고쳐주고 책걸상을 마련해 주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퀴즈 프로그램을 열어 장학금을 주고, 시골 농민공 자녀들을 도시로 불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수도 전기가 없는 시골에 공사를 해주고, 사막이 된 땅에 나무를 심어주고, 맹인등 장애인 돕기 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하다.

중국에서 이렇게 평소에 PR 즉 공관 활동과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했어도 문제가 생기고 위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왜 그럴까? 그래서 다른 나라와는 다른 중국만의 독특한 문화를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는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일어난다. 금년에는 한국에서도 경주의 지진과 해운대의 너울 같은 흔치 않았던 자연 재해가 있었지만, 중국은 땅 덩어리가 넓은 만큼 대형 자연 재해가 해마다 끊이지 않는다.

중국에는 5개의 지진대가 존재한다. 1976년 북경 근처 하북성 탕샨(唐山)에서 발생한 당산 대지진 때는 24만명 이상 사망했다. 2008년 사천성 원촨(汶川) 대지진 때는 7만명이 사망했다. 금년에는 특히 풍수해로 인한 홍수, 제방 붕괴, 산사태가 많았다.

이렇게 자연 재해가 일어나면 인터넷에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 가면서 재해에는 기부금도 내지 않는 뻔뻔하고 쩨쩨한 외국 기업’ 명단이 돌아 다닌다. 평소에 아무리 공관과 사회공헌 활동을 열심히 했어도 이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면 졸지에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된다.

5∙12는 원촨 대지진을 상징하는 숫자다. 5월12일에 장족(藏族)강족(羌族) 자치주에서 발생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평소에 자선과 기부를 많이 하는가 하면, 세계 평균에 비해서 기부 행위는 적은 편이다. 최근에는 모처럼 네티즌들에게 일어난 선의(善意)와 사랑(爱心)의 마음을 없애는 거짓 자선(伪慈善∙위자선) 가짜 공익(假公益∙가공익) 사건이 공안에 발각되었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가 생방송으로 결손 가정 아동 기부 모금을 한 후에, 카메라가 꺼지고 나서 어린이들로부터 돈을 도로 뺏는 사기를 친 것이다.

또한 중국에는 무슨무슨 기금회(基金会)라고 해서 기업으로부터 돈을 모아 자선 활동을 하는 곳이 많은데, 한국 기업으로서는 어느 곳이 제대로 활동을 하는 곳인지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한편, 왠지 공공관계와 일맥상통할 것 같은 개념으로 꽌시(关系∙관계)가 있다. 그리고 중국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꽌시의 인맥을 잘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비즈니스든 단순한 인간관계든 상대방에게 성의를 다하고 신뢰를 구축하면, 가능한 서로 돕는 것은 만국 공통이라 할 수 있겠다. 더우기 중국식 인간 관계(人际 关系∙인제 관계∙런지 꽌시)에서 그 중요성이 더 큰 것만은 분명하다.

생각해야 할 점 몇 가지가 있다. 먼저 민간인들을 대할 때, 많은 한국인들이 ‘꽌시’로 접근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이것을 거꾸로 이용하려는 중국인들도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무원이나 준공무원들을 대할 때, ‘꽌시’가 통하는 상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이 더 투명하고 청렴해야 민중의 지지를 담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당풍 렴정(党风 廉政)을 또다시 강조하고, 대민 관계에서 레드카펫(红毯∙홍담)을 깔지 말라고 했다. 중국사업의 공공관계와 꽌시에 참고할 상징이 담겨있다 하겠다.

◆ 필자 오강돈(52)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현재 한국과 중국간 아웃바운드/인바운드 마케팅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중마케팅주식회사의 대표이사다.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IT 투자회사, 디자인회사 경영의 경력을 쌓고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 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