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중고 매킨토시 컴퓨터를 산 이후 20년 넘게 쭉 애플 제품만 쓴 ‘애플빠(Apple Fanboy·애플 제품만 쓰는 소비자)’였다. 하지만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 혁신을 주도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서피스 스튜디오((Surface Studio)는 혁신이 가득한 놀라운 제품이다.”

IT 저널리스트인 ‘더버지’의 크리스 타일러는 최근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데스크톱 올인원 컴퓨터인 서피스 스튜디오를 써본 뒤 "미래에서 온 아이맥처럼 멋진 제품”이라고 감탄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공개한 홀로렌즈(HoloLens)는 제임스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이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보다 우수한 기술이라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애플 CEO는 말만 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낡은 혁신만 자화자찬하는 애플을 버리고 마이크로소프트 진영으로 넘어가야 할지 고민된다"고 했다.

마이크소프트 매장 앞에서 손님들이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가 사상 최고치… "미래 가치 기대감"

마이크로소프트가 부활하고 있다. 더 이상 과거 PC와 웹 시대 전성기를 누리다 모바일 OS(운영체제)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에 밀린 ‘한물간 공룡’이 아니다. 클라우드 시장, 인공지능(AI) 등 뜨는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고,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11월 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은 1주당 60.42달러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2.91% 올랐다.

10월 24일에는 1주당 61달러에 거래됐다. 닷컴 버블 절정기인 1999년 12월 1주당 59.96달러였던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주가가 바닥이던 5년 전(2011년11월, 1주당 24달러)보다 2.5배 올랐다.

시가총액도 4700억달러(한화 517조원)에 육박한다. 구글(5300억달러·한화 583조원), 애플(5700억달러·한화 627조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올해 7∼9월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223억달러(한화 24조5000억원)였다. 월가의 당초 예상치인 217억 달러를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월가는 미래 가치를 더 높게 보는 분위기다. “실적과 이익이 개선되고 있지만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가장 부정적인 투자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부활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도쿄 마이크소프트 매장에서 손님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원도 10’을 써보고 있다.

클라우드 플랫폼 'Azure' 매출 작년보다 두 배 늘어... 아마존 맹추격

1990년대 말 PC 운영 체제(OS)의 90%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모바일 OS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점유율은 애플과 구글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닷컴 버블이 꺼진 후 13년 동안 독점 금지법을 둘러싼 미국 당국과의 갈등도 발목을 잡았다.

날개 없이 추락하던 회사의 부활은 클라우드 플랫폼과 서버 사업의 약진이 이끌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집중 육성한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인 Microsoft Azure 실적이 전년 동기 보다 116% 급증하고, ‘오피스 365’ 판매가 51% 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서버 사업 매출은 올해 들어 작년 동기보다 두 배씩 늘면서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인 아마존을 맹추격하고 있다.

반면 윈도우(Windows) 판매는 예상에 미치지 못 했고, 콘솔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 매출이 5%, 스마트폰 사업 매출은 72%가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포천 500대 대기업의 85%가 안전성·호환성·경제성이 입증된 Azure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하드웨어 기업으로의 변신도 순항하고 있다.

업무용 태블릿인 ‘서피스’ 매출은 작년 동기 보다 38% 늘었다. 28인치 터치스크린, 서피스 다이얼 등을 채택한 서피스 스튜디오(미국 판매가 2999달러부터 시작)가 내년 상반기 출시되면 애플 아이맥과 치열한 경합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전 CEO인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모바일 대응이 너무 늦었고, 하드웨어 사업에 좀 더 일찍 뛰어들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10월 26일 공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데스크톱 올인원 제품인 서피스 스튜디오는 혁신으로 가득한 제품이란 호평을 받았다.

'삐걱대는 애플'... 3분기 연속 매출과 이익 감소

마이크로소프트의 잘나가던 숙적, 애플은 15년 만에 매출이 쪼그라드는 등 고전하고 있다.

10월 25일 발표한 4분기(7~9월, 애플 회계연도 기준) 매출은 469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9%가 줄었다. 순이익(90억달러)도 19% 줄었다. 아이폰(-5.29%), 아이패드(-6%), 맥 PC(-14.4%) 판매가 모두 줄었다. 매출과 이익은 3분기 연속 감소세다.

지난 8월 유럽연합(EU)이 세금 회피를 이유로 애플에 130억유로(16조5000억원)나 되는 천문학적 세금을 추징한 것도 악재다. 시가총액 7000억달러를 정점으로 애플도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발표한 2016년 맥북 프로에 대한 반응도 싸늘하다. ‘더버지’의 블라드 사보브(Vlad Savov)는 "비싸고 호환성은 형편없는, 무늬와 가격만 프로용인 노트북"이라며 "요즘 애플은 거짓말만 한다. 애플 제품에선 더 이상 혁신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구글이 최근 6억5000만달러를 들여 클라우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전문 기업인 Apigee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도 기업 클라우드 시장에서 앞서가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초조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부활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자서전 출간 계획도 밝혔다.

링크드인 262억달러에 인수… "사티아 나델라가 부활 주도"

"스티브 발머가 회사를 떠나면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후임인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49)는 발머가 벌인 94억달러짜리 노키아 인수 등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에 역량을 집중, 분위기를 반전시켰다."(월스트리트저널)

마이크로소프트 실적이 오르고 주가가 상승하면서 2014년1월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사티아 나델라 취임 첫해인 2014년 14%, 2015년 21% 상승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취임하자마자 ‘클라우드 퍼스트(Clod First),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외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윈도 온리(Windows Only)’ 기업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다. 사티아 나델라 자신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장 출신이다.

사티아 나델라는 스티브 발머가 인수한 노키아 휴대전화 장비 제조·사업 부문을 과감히 매각하고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 인맥 사이트로 성장하고 있는 ‘링크드인(LinkedIn)’을 262억달러(한화 28조8000억원),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를 개발한 모장(Mojang)을 25억달러(한화 2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아이폰·아이패드용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출시하고, 재앙이었던 ‘윈도 8’ 대신 ‘원도 10’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통해 시장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인공지능’사업(서비스명 코타나·Cortana)에도 A급 인재 5000명을 투입하는 등 힘을 쏟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기술은 인간의 대화를 90% 이상 알아 듣는 등 구술 기록자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학자들은 “잘나갈 때 성공적으로 혁신한 기업은 GE가 유일하고, 망할 뻔하다가 부활한 기업은 애플이 유일하다"고 평가한다. 기술 발전 속도가 눈부신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잘나가다가 한 번 추락한 기업을 되살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지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성장하는 혁신 기업으로 거듭난다면 또 하나의 경영 혁신 연구 사례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다. 외신들은 벌써부터 사티아 나델라가 2017년 자서전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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