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이틀 연속 3~4%씩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0일 나란히 반등에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이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곳은 지난 5월부터 생산에 들어간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다. 연간 4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 공장은 생산량의 20%를 멕시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국·캐나다 등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에 높은 관세(35%)를 부과하겠다던 공약을 실행하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모두 지난해 판매량 기준 미국 시장 의존도가 21.4%와 15.7%로 상당히 높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공장 생산 능력이 포화상태이고 임금도 올라 원가 상승 방지 차원에서 현대차그룹이 멕시코 공장을 세웠는데 트럼프가 실제로 멕시코에 제재를 가하면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을 이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멕시코에는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인 GM(70만대), 포드(64만대), 피아트-크라이슬러(61만대)가 모두 공장을 두고 있다. 이종건 워싱턴무역관장은 "트럼프가 멕시코 생산 물량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입게 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 GM(제너럴모터스)은 9일(현지 시각) 미국 내 2개 공장에서 2000명 이상 근로자를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GM은 멕시코 현지 공장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옮기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압력에 대해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