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구인구직에 진출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모바일 메신저 사업에 뛰어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뉴스·날씨·음식 배달 등에 진출하는 우버.

지금까지 세계 IT(정보기술) 서비스 산업에서 분야별 강자(强者)로 자리매김해왔던 기업들이 점차 남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구글은 검색, MS는 소프트웨어, 우버는 차량 공유 등 각 산업을 스스로 개척해왔던 기업들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이제 각 산업별로 기업들이 각자 경쟁해왔지만, 이제는 하나의 경기장에서 모두가 뒤엉켜 싸우는 모양새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우버로 음식 배달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쇼핑하고… 영역 확장하는 IT 업체

우버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자사 앱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새로운 기능을 대거 추가했다. 우버는 자사의 앱에서 뉴스도 보고 날씨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굳이 구글이나 다른 서비스를 통해 뉴스나 날씨를 보는 게 아니라 아침 출근·등굣길에 우버를 부르면서 뉴스도 보라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최대의 맛집 추천 서비스인 옐프와 제휴해 우버 앱에서 맛집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 외에 우버 앱에 일정도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차량을 부르는 데만 썼던 우버 앱을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우버는 '우버 이츠'(Uber Eats)라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별도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앱에 등록된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우버 기사가 차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했던 우버 앱의 업데이트 중 가장 많은 것이 바뀌었다"라며 "이용자들은 크게 향상된 우버의 편리성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쇼핑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인스타그램은 최근 '지금 구매하기'(shop now)라는 기능을 탑재했다. 광고를 보다가 고객이 원하면 곧바로 쇼핑몰로 연결해주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앱에도 이런 기능이 탑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들끼리 소식을 전하는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점차 기업·쇼핑몰의 광고 채널 역할과 함께 결제까지 처리하는 'SNS+쇼핑몰'로 변화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구인·구직으로도 서비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미국의 IT 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는 "페이스북은 기업 고객이 구인 게시물을 올리면, 취업준비생들이 게시물을 읽고 곧바로 이력서를 제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상당수의 기업이나 헤드헌터들은 페이스북을 이용해 취업준비생이나 이직자들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구인·구직전문 SNS인 링크트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차량 공유 서비스로 시작했던 우버가 음식 배달에 이어 뉴스·날씨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큰 사진은 우버가 출시한 음식 배달용 앱인 ‘우버 이츠’(Uber Eats). 아래 작은 사진은 최근 인스타그램이 출시한 ‘쇼핑하기’ 기능

MS와 구글은 메신저 시장 진출을 노린다.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메신저인 '알로'를 선보인 데 이어 미국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와 손잡고 RCS방식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RCS 방식은 기존 문자메시지와 달리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모바일 메신저라고 보면 된다. 동영상·사진 전송도 가능하고, 단체 채팅도 할 수 있다. 국내 이통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했다가 실패한 '조인'과 비슷하다. 구글이 미국 내 스프린트와의 협력 모델을 추진한 뒤, 2단계로 각 국가의 이동통신업체와 협력해,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라인, 카카오 등 모바일 메시저 업체에 도전장을 낼 가능성이 작지 않다.

MS는 지난 2일 업무용 메신저 '팀'을 출시했다. 회사 내에서 직원 간에 편리하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소프트웨어다. 팀은 MS의 소프트웨어인 '오피스365'와 함께 쓸 수 있어, 활용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업무용 메신저 시장의 1위인 슬랙은 MS가 팀을 발표하자, 미국 뉴욕타임스에 "지나친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의견 광고를 냈다.

전자상거래의 대표주자인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나란히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산업에 발을 뻗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알리바바도 알리클라우드를 통해 중국 시장을 장악 중이다.

무한 경쟁 시대로 진입하는 인터넷·모바일 시장

IT 기업들이 남의 영역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정체하면 죽는다'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올 3분기 실적발표 때 "앞으로는 매출 성장세를 기존처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모바일 광고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제는 '포화·정체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글, MS, 우버 등도 유사한 고민 속에서 '영역 확대'를 선택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 등 특정 산업에서 막대한 수익을 확보한 기업들이 문어발처럼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스타트업(초기 창업기업)의 진입이 어려워지고 결국 일부 IT 대기업들이 인터넷·모바일의 모든 영역을 장악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