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공시지원금 상한제 페지, 분리공시제 도입, 선택약정할인율 인상 등 단통법 개정안만 총 9건이 발의된 상태다. 이들 개정안은 국회미래창조과학방송위원회(이하 미방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달 16일 법안심사소위를 통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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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미방위 단통법 개정 논의 시작

9일 국회 미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개정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번 회의를 통해 국회 미방위가 단통법이 정한 지원금 상한액을 폐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휴대전화에 대해 이동통신사의 구매 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단통법 시행 당시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조건으로 도입돼 일몰까지 1년 정도 남은 상태다.
단말기별 출고가와 지원금을 공개해 구매 장소와 관계 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간 가격 차별을 없애겠다는 게 단통법의 취지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 직후부터 유통점간 가격 경쟁을 정부가 억지로 막는 것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 개정 논의에는 지원금 분리공시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동통신사가 지원금을 공시할 때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가 지원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공개하자는 것이다. 지원금 분리공시는 당초 단통법 시행 당시 함께 도입하기로 했던 내용이지만 제조사들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반발해 제외됐던 조항이다.

하지만 분리공시를 통해 이통사와 제조사의 마케팅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휴대전화의 출고가를 현실화할 수 있고 불법 지원금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으면서 개정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밖에 휴대전화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12~24개월의 약정기간 동안 통신요금의 20%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에서 할인폭을 30%로 올리는 내용과 선택약정할인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는 이통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된 상태다.

한편 이날 열린 미방위 전체회의를 통해 통신·방송, 과학 분야 법안 109건이 법안소위에 상정됐다. 한국방송공사 이사회 정원을 늘리고 야당의 추천 몫을 늘린 방송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안소위 상정이 불발됐다. 여야는 오는 16일 열리는 미방위 법안소위에서 109개 법안 중 심사대상을 선정한다. 이날 선정된 안건은 18일 미방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거치는 절차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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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소비자 간 견해차… “소비자는 단통법 폐지 희망”

단통법 개정과 관련해 방통위와 소비자 간 견해차도 존재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해 “지원금 한도까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대리점에 추가 지원금 15%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한선을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리공시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는 전체 지원금 규모가 더 의미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 10명중 7명은 단통법 또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이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을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행 단통법 개선 방향에 대해 응답자의 33.6%는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9.4%는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분리공시제 도입, 단말기 완전자급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각각 12.1%, 13.5%로 나타났다.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지난 9월 18일부터 9월 21일까지 단말기를 교체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단말기 유통법에 대한 소비자인식조사’ 결과를 조사했다.

녹소연 관계자는 “2014년 제정 이후 단통법은 2년 6개월 동안 여당인 새누리당과 정부의 강력한 개정 반대로 상임위 법안소위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여소야대 구조인 20대 국회에서는 단통법을 비롯한 이동통신요금과 관련된 법률안들이 심도 깊게 논의 돼야 하며, 반드시 소비자 중심으로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