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월스트리트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들을 알고 있다. 가장 훌륭한 협상가도 잘 안다. 누구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겠지만, 대단히 훌륭한 사람들이다."

"잭 웰치 전 GE 회장, 헨리 크라비스 KKR 창립자, 내 친구 칼 아이칸(억만장자 투자가)···.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쓸 것이다."(지난 6월 미국 방송과의 대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부자 감세, 보호무역주의, 화석에너지 산업 부활 등 하나같이 논란 가득한 경제 공약을 내건 만큼, 그의 공약을 실현할 경제팀이 어떤 인물로 구성될지 세계 경제인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트럼프 캠프가 공개한 경제 참모 13인 중 상당수가 초기 경제정책을 만드는 데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인의 경제팀에는 헤지펀드 매니저인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 하워드 로버 벡터그룹 최고경영자, 스티븐 칼크 연방저축은행 최고경영자, 앤디 빌 빌뱅크 설립자, 스티븐 로스 보나도부동산신탁 최고경영자, 톰 바락 콜로니캐피털 설립자, 스티브 파인버그 셀버루스자산관리 최고경영자 등 부동산투자회사 및 헤지펀드 대표 등이 대거 포함됐다.

37억달러(4조2513억원)의 재산을 손에 쥔 거부(巨富) 트럼프가 돈 많은 친구들을 경제팀에 대거 포함시켰다는 얘기가 나온다. 석유재벌인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스 회장 재산은 113억달러에 달하고, 앤니 빌과 톰 바락 등의 재산도 트럼프를 능가한다. 이들은 대체로 재산은 많지만 공화당 기존 주류 후보들에게는 돈을 대지 않아 '아웃사이더'로 분류돼 왔다.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인이나 학계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여자도 전무(全無)하다.

존 폴슨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급락에 베팅해 약 40억달러를 벌어들여 '헤지펀드의 신화'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 언론들은 그를 두고 '지는 게임에는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불렀는데, 그의 베팅이 이번에도 적중했다.

스티븐 너친 전 듄캐피털매니지먼트 CEO(최고경영자)도 존 폴슨 못지않게 월가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골드만삭스에서 18년간 일했고, 이후 개인 회사를 창업했다. 아바타, 엑스맨 같은 유명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해 성공한 경력이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폴슨과 너친 두 사람에 대해 "유명한 가치투자가 두 명이 트럼프에 베팅한 것이 심상치 않다"고 지난 8월 보도했었다. 너친은 차기 재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된다.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재단 방문연구원은 트럼프의 조세정책을 설계할 것으로 예상되고,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교수는 통상정책의 틀을 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바로 교수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실패한 협정으로 규명하고, 중국에 대한 무거운 상계관세 부과를 주장하는 내용의 정책보고서를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세계경제의 부를 바꾸는 슈퍼파워 중국' 같은 책을 썼는데, 역시 비주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은 캠프 합류는 거절했지만 트럼프의 든든한 지지자 중 한 명으로, 트럼프 집권 이후 어떻게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클린턴 후보 측은 트럼프 경제참모 면면에 대해 "헤지펀드, 억만장자, '6명의 스티브(13명 중 6명의 이름이 스티브 또는 스티븐)들'은 오래되고 진부한 아이디어를 새로운 것처럼 들리게 하려고 애쓰지만, 트럼프의 공약은 결국 대기업, 그리고 트럼프 본인과 같은 거부들, 그 연설문을 쓴 당사자들(트럼프 경제팀)에게 거대한 세금혜택을 주는 것뿐"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