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의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 그리고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 우리에게 익숙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란 운영체제나 소셜 업체 등 한 분야의 토대를 닦은 기업을 의미한다. 대개 플랫폼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플랫폼 기업이 되고자 한다. 그렇다면 과연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만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일까.

올해 가장 뜨거웠던 게임을 꼽으라면 닌텐도의 포켓몬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포켓몬고는 출시와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를 열광하게 했다.

닌텐도는 우리에게 친숙한 회사다. 게임 명작인 마리오·포켓몬 시리즈 등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31개국에 지사를 설립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다. 또 하드웨어(게임 콘솔)와 소프트웨어(게임 팩)를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비디오 게임 회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닌텐도는 포켓몬고까지 성공가도를 달려온 것일까.

2008년 기준 약 18조원이었던 닌텐도의 매출은 2012년 6조원대로 떨어지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부진했던 닌텐도에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이 포켓몬고였다. 닌텐도가 부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플랫폼 바꾸기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닌텐도는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개인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일본에서만 하드웨어 게임 시장에서 5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소프트웨어 게임 시장에서 1000만개 이상을 판매했다.

닌텐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생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다. 닌텐도 게임은 닌텐도 기기를 통해서만 지원되며, 고객은 닌텐도 기기를 통해 닌텐도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다.

닌텐도는 소프트웨어를 칩이나 CD 형태로 판매하고 극히 일부의 소프트웨어만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형태로 제공한다. 이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야기하는데, 온라인 판매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과 소비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즉시 즐기지 못하고 유통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닌텐도는 계속해서 플랫폼인 하드웨어를 포기하지 않았고, 영업이익과 매출은 계속 하락했다.

이런 와중에 닌텐도가 출시한 포켓몬고의 성공이 증강현실을 사용한 때문이라고 단순히 치부하기에는 그 이면의 플랫폼을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잊고 있다. 플랫폼은 그 사용자수가 많아야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 기업은 해당 플랫폼에 자사 제품을 맞춰야 성공할 수 있다.

포켓몬고 역시 스테디셀러인 포켓몬이라는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운영체제라는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전 세계의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모두 고객층으로 만들 수 있었다. 만약 포켓몬고가 닌텐도 전용 게임기를 구매해야 했다면 지금처럼 열풍이 불 정도로 성공하진 못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던 ‘블랙베리’ 역시 플랫폼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벽에 부딪히게 된다. 스마트폰 업계는 대부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블랙베리는 자체 OS를 사용하며 플랫폼 기업이 되려 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회사의 매출은 계속 감소했고, 결국 최근 안드로이드 플랫폼 기반의 운영체제를 도입한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플랫폼 시장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가장 유리한 시장이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기에 앞서 그 시장이 신시장인지, 플랫폼 사업이 수익성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 검토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적합한 플랫폼을 찾아 자신만의 제품을 갈고닦는 것이 포켓몬고와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코노미조선 11월9일자(174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