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양쪽에 붙여 망원경을 만들었다. 갈릴레이는 이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목성(木星)에서 위성을 찾았고 토성(土星)에서 고리를 발견했다. 이후 망원경의 역사는 곧 천문학의 역사가 됐다. 망원경이 발달하고 더 먼 곳을 더 세밀하게 관측하면서 인류는 우주의 신비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지구 반대편에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망원경을 짓는 새로운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렌즈 역할을 하는 반사경(反射鏡) 직경만 25.4m에 이르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Giant Magellan Telecope)'이다. 과학자들은 2021년 GMT가 가동되면 우주 탄생 초기인 130억년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00㎞ 밖 동전도 볼 수 있는 GMT

GMT는 칠레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해발 2500m 라스 캄파나스산 정상에 건설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착공했고, 2021년 완공된다. GMT는 건설에만 1조원이 드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미국 하버드대 천문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천문대, 호주천문재단, 브라질 상파울루 연구재단 등 11개 기관이 공동 소유한다. 한국도 1000억원을 투자했다. 라스 캄파나스산이 GMT 부지로 선정된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맑은 밤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내내 구름이 거의 없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 주변에 도시가 없기 때문에 조명의 방해를 받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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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T는 일반적인 망원경과는 모습이 전혀 다르다. 갈릴레이 시대와 달리 현재의 망원경은 렌즈 대신 거울을 사용한다. 하지만 거울은 일정 크기 이상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GMT는 여러 거울을 붙여 하나의 거울과 같은 효과를 내게 한다. GMT의 주반사경(주거울)은 지름 8.4m, 무게 17t 거울 7개로 구성된다. 주거울은 가운데 부분을 중심으로 꽃봉오리가 넓게 퍼진 것처럼 오목한 구조로 배치된다. 우주에서 오는 빛은 주거울 7개에 부딪힌 뒤 자연스럽게 가운데 위쪽에 달려 있는 부반사경(부거울)으로 모여 다시 반사된다. 이 빛은 주거울 가운데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들어가 분석이 이뤄진다. 이런 반사를 통해 GMT는 지름 25.4m의 거대한 망원경과 같은 관측 성능을 가지게 된다. 400㎞ 밖 동전이나 달에 켜진 촛불 하나를 관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거울은 미국에서 만든다. 거울 형체를 제작하는 데만 1년, 거울 표면을 정밀하게 연마하는 과정에 3년이 걸린다. 거울 표면의 정밀도는 14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전체 거울의 높이 차가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정도로 유지돼야 한다. 한국천문연구원 이서구 실장은 "제주도 한라산을 높이 차 1㎜ 정도로 깎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현재 3개의 거울이 완성됐고, 네 번째가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직경 1m 크기인 부거울을 제작하고 있다.

거울 크기는 망원경의 성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현재 모습이 아니다. 우리가 별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별의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별빛이 내뿜어진 뒤 우리 눈에 닿기 위해 달려와야 하는 만큼 우리가 보는 별은 과거의 모습이다. 예를 들어 1광년(光年) 떨어진 곳에 있는 별을 지금 관측하면, 그 별의 1년 전 모습이다. 멀리서 오는 빛일수록 희미해지고, 관측하기 힘들다. 반면 망원경의 거울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담을 수 있다. 더 큰 반사경을 가질수록 더 멀리서 오는 빛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별의 오래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500m 전파망원경 가동한 중국

세계 각국은 더 큰 망원경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달 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조립을 끝내고 성능 시험에 들어갔다. 내년 하반기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우주 공간에서는 지구 대기로 인한 빛의 산란 등 왜곡 현상이 없기 때문에 더 선명한 관측이 가능하다. 제임스 웹 망원경은 반사경 직경이 6.5m로 지난 20년간 '우주를 보는 지구의 눈'으로 불린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2.7배 크다. 중국도 지난 9월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天眼·하늘의 눈)'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파망원경은 빛이 아닌 우주 공간을 떠도는 입자나 가스 등의 신호를 포착해 컴퓨터로 재구성해준다. 아주 미약한 전파까지 잡기 위해 조그만 조각들을 이어붙여 큰 접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톈옌의 경우 접시 지름이 500m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