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2018년쯤 이른바 '인구 절벽'(인구가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시기)이 와서 자산 시장이 폭락하리라는 경고가 많이 나왔지만 이런 전망은 틀렸습니다. 한국의 경제 환경과 인구 구조가 다른 선진국과 매우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인구와 경제의 관계를 집요하게 파헤쳐온 홍춘욱〈사진〉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7일 "인구 절벽으로 인한 경제 문제가 발생하려면 최소한 10여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인구 변화 추이로 볼 때, '인구 절벽'이 도래하는 시기를 애초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2018년보다 12년쯤 늦은 2030년쯤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홍 팀장은 인구 감소 시점이 늦춰진 이유로 예상을 뛰어넘는 기대수명 증가와 외국인 인구의 유입을 들었다. 그는 "외국인 등록 인구는 2004년 약 40만명에서 지난해 110만명으로 증가했다"며 "주로 수도권에서 외국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점점 늘어나는 수도권의 외국인 인구는 특히 수도권 소형 주택 가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 3일 정부가 신규 분양 규제 강화 등을 발표한 데 대해선 "규제로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이 붕괴한다'는 경고가 몇 년 동안 잇달아 나왔는데, 번번이 과장된 경고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시장 붕괴론은 '58년 개띠'로 상징되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 다음에 집을 팔아서 노후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제에서 나왔다"며 "이런 전망은 한국보다 앞선 미국과 일본의 전례(前例)에 주로 근거를 두고 있는데,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우선 고금리·호황기에 은퇴한 미국·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은퇴를 맞이해 부동산을 처분해도 그 돈을 굴릴 곳이 없기 때문에 집을 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까지 줄곧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경험 때문에 부동산을 팔기 싫어하며, 주택연금 등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려 있다는 점도 미국·일본과 차이로 봤다.

홍 팀장은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분양 인허가가 늘고, 이렇게 지은 주택에 입주가 시작되는 3년 뒤쯤에 공급 증가로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난해 비교적 많은 71만호에 대한 주택 건설 인허가가 났고 올해는 규제 등으로 분양 물량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은 내년 말쯤 잠시 하락했다가 2018년 이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