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있다. 일명 서포모어(sophomore) 징크스라고 불리는데 서포모어는 대학교나 고등학교의 2년차를 말한다.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때 첫 일년은 긴장을 하고 열심히 하는데 어느 정도 환경에 익숙해지면 일을 대충하거나 타성에 젖어 초심을 잃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창업 시장에서도 서포모어 징크스 현상이 생긴다.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어느 정도 안정된 매출에 적응이 되면 새로운 노력을 하지도 않고 이전에 하던 일도 건성으로 해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또 여러가지 외부 환경의 변화가 2년차의 위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자영업 통계를 보면 창업 후 1년내 폐업률이 35%대다. 2년차 폐업률은 55%, 3년차에는 85% 이상이 폐업을 한다. 점포 임대차 계약은 2~3년차 폐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점포 임대차 계약기간은 일반적으로 2년이다. 장사가 안되더라도 투자한 비용 때문에 버티다가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에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기대 이하의 소득이 사업 포기의 가장 큰 이유다.

매출을 기대 이상으로 올리면 2년 징크스를 극복하고 3년 이상 운영할 수 있다. 3년차만 지나면서는 폐업률이 뚝 떨어진다는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창업자의 절반이 폐업을 하게 되는 창업 2년차 위기. 요인은 다양하지만 이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롱런여부가 판가름난다.

◆ '게으름' 경계하고 부지런함을 유지하는 게 비결

영업이 잘되는데도 문제가 있을까? 대답은 ‘그렇다’ 이다. 영업이 부진한 사람도 고민이 많지만 큰 욕심없이 그럭저럭 운영하던 사람은 익숙함에 따르는 나태함이나 싫증으로 잘 되던 사업을 망칠 수 있다.

포항에서 액세서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권영진 씨는 2013년 7월 가맹본부가 직영점으로 운영하던 매장을 양도·양수해서 창업했다. 해당 매장은 2010년도에 오픈한 매장인데 처음 인수받을 당시 매출은 월 5000만원대였다. 현재는 월 평균 7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미 매출이 안정적인 매장을 인수했는데 매출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매출을 상승시키면서 4년째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는 비결중 하나는 창업 후 찾아왔던 타성을 잘 극복했기 때문이다.

못된고양이 포항점 권영진 대표.

액세서리 사업은 부지런함이 생명이다. 좋은 제품을 돋보이게 하려면 끊임없이 청소하고 제품을 닦고 진열을 변경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매일 100여개가 넘는 다양한 제품을 진열하고 청소하며 고객을 응대하다보면 지쳐서 어느 순간 게을러질 수 있다. 적당히 직원들에게 일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해이함이 위기로 이어진다는 게 권영진씨의 말이다.

권씨도 1년차가 지나면서 그런 슬럼프가 올 뻔했다. 실제로 액세서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 중에는 일이 손에 익을 때쯤 청결이나 진열관리를 소홀히 해서 매출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권영진씨의 경우 고객,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창업할 때의 초심을 떠올리며 그 시기를 극복했다. 액세서리 전문점은 요령을 피우면 한달만에 고객을 많이 잃을 수도 있다. 주고객층인 여성들의 눈이 깐깐하고 소문도 빠르기 때문이다.

못된고양이 포항점 내부.

효과적인 디스플레이를 위해서 권영진씨는 3년이 지난 지금도 본인이 상품 진열대를 직접 정리하고 제품을 비치한다. 오래 쌓은 노하우가 나태함이 되지 않도록 자신을 늘 다독거리며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비단 액세서리점 뿐이 아니다. 대부분의 판매업종은 매일 매장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계절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하루에도 여러 번 진열을 바꾸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고객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보면서 유행의 흐름을 읽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 급격히 늘어나는 경쟁자는 상품 경쟁력으로 극복

오랜 기간 장사를 하다보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매출 슬럼프를 겪을 수 있다. 1년 정도 승승장구하면 그 사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변에 비슷한 업종의 경쟁자가 속속 들어선다. 그렇게 되면 새 경쟁자에게 밀려 매출이 떨어지고 정체기에 빠지거나 도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해 인기를 얻은 창업아이템의 경우 평균 수명은 1년, 유행이 끝난 시점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비결이다.

얌샘김밥 뚝섬점 노범용 대표.

얌샘김밥 뚝섬점을 운영하는 노범용 씨는 프리미엄 김밥의 인기가 한창이던 2015년 3월에 창업했다. 영업은 기대한 것만큼 잘 됐다. 그런데 1년째 되는 시기에 매장 500m이내에 5개의 경쟁업소가 들어섰다. 상권내에는 이미 유사 업종 경쟁업소가 4개나 있었지만 노씨의 매장이 성공을 거두면서 인근에 프리미엄 김밥, 떡볶이 전문점 등 개인 점포와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잇달아 문을 연 것이다. 고객은 한정돼 있는데 공급자가 많아졌으니 매출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노씨의 매장은 하루 150만원대 매출을 유지하며 잘 운영되고 있다. 2년차를 석달 가량 남겨둔 지금 흔들리지 않고 경쟁력을 유지한 비결은 강력한 상품 경쟁력 덕분이다. 노씨가 선택한 브랜드는 전문점 못지 않은 품질을 보유한 메뉴 가짓수가 다양해 어떤 경쟁자가 들어와도 대응이 가능했다.

얌샘김밥 뚝섬점 내부.

노 씨의 점포는 성수동과 뚝섬역 인근의 공단, 벤처기업들이 모인 곳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주 고객층 90%가 직장인이다. 하지만 아무리 문턱이 낮은 분식점이라고 하더라도 평범한 음식 수준으로는 깐깐한 직장인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많은 직장인들은 TV나 SNS를 통해서 접한 새로운 메뉴를 찾기 때문이다.

노씨의 강점은 제품 개발에 있다. 가성비 식단이 이슈가 될 땐 김밥, 떡볶이, 튀김이 함께 담긴 ‘모닥치기’라는 메뉴가 고객몰이를 했고 프리미엄 김밥이 화제가 되었을 땐 ‘메가김밥’이라는 메뉴를 선보였다. ‘소고기짬뽕’ ‘감태라면’ 등 따뜻한 국물을 내세운 메뉴들은 요즘 같이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철에 국밥이나 탕요리를 찾아가는 고객들의 발길을 잡아 끈다.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줄 메뉴를 다양하게 갖춘 것이 경쟁업소로 인한 매출 정체 위기를 넘긴 비결이 된 것이다.

◆ 필요하다면 브랜드를 전환하는 용기도 필요

폐업을 막기 위해서라면 좀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업종 전환이나 브랜드 전환이 바로 그것이다. 사업을 접는 것보다는 추가적으로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손해를 줄일 수 있다.

바른치킨 남부터미널점을 운영하는 송민호씨는 경쟁력 없는 브랜드를 시대 흐름에 맞는 유망한 브랜드로 바꿔서 위기를 극복한 사례다. 기존에 운영하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관리를 소홀히해 인기를 잃으면서 가맹점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임대료도 겨우 내야 하는 상황에서 위기는 지속됐다. 송씨는 결국 브랜드를 갈아타기로 결정을 내리고 2000만원 이상을 투자해 점포 리뉴얼을 했다.

송씨가 택한 바른치킨은 현미쌀 파우더의 후라이드 치킨이다. 식용유 한통으로 58마리만 튀겨내는 것이 특징이다. 바른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 욕구와 잘 맞아떨어졌다. 새로 리뉴얼한 브랜드는 사이드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이전보다 훨씬 많은 고객들이 유입됐다.

업종 전환 후 현재 매출액은 두 배 이상 올라 현재 월 5000만원대이다. 지난 여름에는 신도시에 2호점을 냈고 곧 3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브랜드 갈아타기 1년만에 점포 3개를 가진 사업자로 성장한 것이다.

◆ 2년차 위기를 극복하려면

영원히 성장하거나 잘되는 사업은 없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사업자가 있을 뿐이다. 즉 사업자가 노력하지 않는데 저절로 위기가 극복되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2년차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먼저 경영자가 사업에 대한 경건함을 유지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나 게으름, 사치나 놀이에 빠지는 것은 위기의 주요 요인이 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선택할 때도 가맹본사의 CEO가 사업에 대한 경건함을 잃고 있다면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둘째,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놓지 말아야 한다. 직원들에게 폭넓은 권한과 책임을 주면서 중요한 일은 직접 챙기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주인이 손을 놓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셋째,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위기는 안에서도 생기지만 바깥에서 오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모방과 유행이 범람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끊임없이 변신하고 상권내에서 시장을 주도해야만 살아남을 수있다. 프랜차이즈라면 지속적으로 신메뉴를 내고 마케팅에 투자를 해서 브랜드를 관리하며 혁신을 멈추지 않는 브랜드를 선택해야 한다.

넷째, 늘 맑은 날에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모든 사업은 항상 위기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영업이 잘될 때 돈을 모으고 고객과 지역 사회에서 인심도 얻어야 한다. 잘된다고 마케팅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잘될 때 새로운 시도도 더 많이 해서 작은 실수를 통해 성장의 비결을 터득해야 한다.

다섯째, 때로는 과감한 용단이 필요하다. 적자가 누적되거나 너무 큰 경쟁자와 싸워서 이기기 어렵다면 버리는 것도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