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넷마블게임즈·카카오·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표 게임 업체들이 요즘 '경쟁사가 우리 게임을 베꼈다'며 비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일 "넷마블의 자회사 이츠게임즈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츠게임즈가 4개월 전 내놓은 모바일게임 '아덴'이 자사 대표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베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리니지에는 '진명황의 집행검'이라는 무기가 있는데, 아덴에는 '명황의 집행검'이 있다는 것입니다. 리니지의 각종 요소를 이름만 살짝 바꿔, 이용자들이 '리니지 모바일 버전'으로 오해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아덴은 현재 구글 앱장터에서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4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입니다. 하지만 넷마블은 "리니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와 NHN엔터는 '프렌즈팝'과 '프렌즈팝콘'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프렌즈는 라이언 등 카카오톡 캐릭터 7종으로 카카오 소유입니다. 작년에 NHN엔터는 카카오와 계약을 맺고 이런 캐릭터를 활용해 모바일게임 '프렌즈팝'을 내놨고 1000만건 이상이 다운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말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가 '프렌즈팝콘'을 내놨습니다.

NHN엔터 관계자는 "우리 이용자들이 '프렌즈팝2'가 나온 줄 착각할 정도로 비슷하다"며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카카오 관계자는 "동물 그림 3장을 나란히 맞추면 터지는 스리 매칭(three matching) 게임은 1990년대부터 있었다"며 "NHN엔터의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게임업체들이 날카롭게 부딪치는 배경에는 최근 2~3년 새 제대로 된 신작을 못 내고 있는 게임업계의 현실이 있습니다. 다들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신작을 만들기보다는 기존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에 매달리는 것입니다. 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에 한국 게임을 베꼈던 중국 게임업체들이 요즘은 우리보다 더 열심히 신작에 도전한다"며 "베끼기 경쟁만 해서는 우리나라 게임의 미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