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순실씨 이슈를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면 네티즌들로부터 입소문을 타고, 매출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정치 이슈다 보니 대기업보다는 ‘눈치를 덜 보는’ 외국계 인터넷 유통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또 지나치게 화제가 될 것을 염려해 잠시만 진행하다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는 월동품 준비 코너에 ‘어느새 손 Siri네’라는 이름을 붙였다. Siri는 최순실씨가 네티즌들로부터 ‘순siri’라고 불리는 점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수시로 최순실씨의 자문을 구했다는 점 때문에 최씨를 애플 아이폰의 음성인식 서비스 ‘Siri’와 합성한 ‘순Siri’로 부르고 있다.

티켓몬스터 화면 캡처

이에 앞서 G마켓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선수였다는 점에 착안해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라는 이름을 붙이고 사골곰탕과 김, 커피믹스 등 먹거리와 승마 운동기기 구매 링크를 걸었다. 먹거리에는 ‘밥은 먹고 다니니’라는 부제가, 운동기기 구매 창에는 ‘그래도 운동은 거르지 말자’라는 부제가 붙었다.

또 한 인터넷 전문 휴대폰업체가 최씨의 사진 밑에다 ‘휴대폰은 주기적으로 바꾸세요’란 문구를 걸고 휴대폰을 홍보했다. 휴대폰을 바꾸면 과거 메신저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최씨와 그 관련자들은 대포폰 중심으로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나주의 한 곰탕 식당이 “공황 장애도 치료하는 곰탕의 맛”이란 블로그 글을 올렸다. 최씨가 공황장애 상태라고 하면서도 곰탕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고 하자 이 뉴스를 곰탕 홍보에 활용한 셈이다.

G마켓 SNS 화면 캡쳐

G마켓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회 이슈다보니 홍보에 활용한 것 같다”면서 “다만 곰탕은 따로 카테고리가 분류돼 있지 않아 실제로도 매출 증대 효과가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G마켓은 풍자 마케팅으로 재미를 본 바 있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G마켓은 땅콩(실제로는 마카다미아) 홍보글을 올렸고, 이 제품의 판매가 일시적으로 150% 늘었다고 밝혔다.

이 당시 코스트코 구매대행 서비스인 ‘코스트온’도 “비행기도 멈추게 하는 1등석의 맛”이라며 마카다미아를 홍보했다.

다만 G마켓과 티몬, 휴대폰 대행업체 등은 모두 최순실 마케팅과 관련한 포스팅을 삭제하거나 안보이게 했다. 널리 입소문을 탈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유통회사 관계자는 “정치 이슈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입소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지만, 추후 어떤 식으로든 잡음이 나올 수 밖에 없어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 풍자 마케팅을 하는 곳은 모두 외국계의 작은 회사”라며 “특히 유통 대기업들은 대부분 (최씨가 개입해 있는) 미르나 K스포츠재단 출연 문제가 얽혀 있어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네티즌은 지난 달 31일 검찰 출두 당시 벗겨진 최씨의 프라다 신발 사진에다 프라다 로고를 박아 게재했다. 이 사진에 대해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비록 부정적이기는 하지만 프라다 입장에서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