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주목받을 IT(정보기술) 기기로 VR(가상현실) 기기를 꼽았다. FT는 최근 VR 특집 기사에서 "1978년 크리스마스 무렵 애플의 PC인 '애플2'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면서 PC 대중화를 이끌었던 것처럼 올해 말에는 VR 기기가 대량으로 판매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전자업계도 이번 연말을 VR 대중화 원년(元年)으로 삼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VR 기기를 출시한 삼성전자·HTC·오큘러스에 이어 구글·소니가 신제품을 출시하고, 관련 콘텐츠도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IT 대기업들, 연이어 VR 기기 출시

구글은 연말 성수기 시장을 겨냥해 이달 안에 '데이드림뷰'를 출시한다. 지난달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선보인 '데이드림뷰'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모든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가격 역시 현재 출시된 제품 중 가장 저렴한 79달러(약 9만원)다.

소니도 지난달 13일 자사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4(PS4)와 연동해 쓸 수 있는 VR 기기인 'PS VR'을 출시했다. PS4는 북미·일본·유럽 등에서 4000만대 이상 팔린 인기 게임기. PS VR을 내세워 미래 게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소니는 VR 전용 게임도 50개 이상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 신제품을 출시한 대만의 HTC와 페이스북의 자(子)회사인 오큘러스도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오큘러스는 미국에서만 판매해왔던 '오큘러스 리프트'를 지난달부터 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 등에 잇따라 출시했다. 한국에는 이르면 연말쯤 출시할 계획이다. HTC도 미국·대만·일본 등에 이어 조만간 한국에도 VR 기기인 '바이브'를 출시한다. 두 제품은 PC와 연동해 고화질·고성능 가상현실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VR 기기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수성(守城)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삼성은 9월부터 갤럭시 S7과 함께 쓸 수 있는 '기어VR'을 기존 99.99달러(약 11만4400원)에서 69.99달러(약 8만원)로 30% 할인 판매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VR 기기 시장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VR 콘텐츠·주변기기도 잇따라 출시… VR 생태계 생긴다

VR 관련 콘텐츠와 주변 기기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는 VR용 영상을 찍을 수 있는 휴대용 카메라를 약 30만∼4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VR용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VR 전용 게임도 PC·모바일용으로 이미 각각 100개 이상 출시됐다. 소니와 일렉트로닉아츠(EA)·블리자드 등 글로벌 게임 업체들이 VR용 게임 개발에 나섰고, 일본 닌텐도는 모바일용 VR 게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지난 8월 PC를 이용해 골프 게임을 VR로 즐길 수 있는 'VR골프 온라인'을 출시한 데 이어 중견 게임업체 조이시티가 이번 달 VR 전용 모바일 게임인 '건쉽배틀2'를 출시한다. 서강대 정옥현 교수(전자공학)는 "게임과 동영상이 VR의 핵심 콘텐츠"라며 "당분간 VR 산업이 IT 부문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컴퓨터 기술로 사용자의 시각이나 청각·촉각 등을 자극해 마치 실제로 있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기술. 보통 고글 형태의 헤드셋을 쓰고 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