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사무실 기업들이 서울 명동·여의도·강남의 새 랜드마크(상징건물)에 잇따라 둥지를 틀어 눈길을 끌고 있다.

공유 사무실 기업들은 건물 전체 또는 몇 개 층을 빌린 뒤 이를 여러 개로 나누어 소규모 기업이나 1인 창업자를 상대로 재임대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다양한 편의 시설을 제공한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유 사무실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수십 개의 기업을 유치해 홍보 효과를 누릴 있고,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 수익도 확보할 수 있다. 공유 사무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차료가 비싸더라도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건물주와 공유 사무실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글로벌 공유 사무실 기업 ‘위워크(WeWork)’는 올해 8월 강남역 삼성전자 사옥 인근에 있는 홍우빌딩에 한국 1호 사무실을 열었다. 위워크는 이 건물 지상 8~9층, 11~18층 등 총 10개 층(전용 약 3570㎡)을 임차했다.

위워크는 서울 중구 옛 명동중앙극장 자리에 세워지는 대신파이낸스센터에 내년 상반기 중 두 번째 지점을 열 예정이다. 지하 7층~지상 26층 건물의 10개층을 통째로 빌려, 위워크 회원들에게 재임대할 계획이다.

‘위워크 을지로점’이 들어설 명동 대신파이낸스센터 조감도.

강남구 삼성동 일대에서 가장 임차료가 비싼 건물로 알려진 파르나스타워에는 글로벌 공유 사무실 기업 ‘CEO스위트’가 입주했다. CEO스위트는 9월 1일 파르나스타워 29층에 한국 2호 사무실을 열었다. 파르나스타워는 지하 8층 지상 39층짜리 건물로, 임대료는 3.3㎡당 월 14만원 선이다. 인근 사무실 평균 임대료(월 8만원)보다 2배 가량 비싸다.

홍콩계 공유 사무실 기업 TEC(The Executive Centre·디 이그제큐티브 센터)는 서울 시내 주요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4곳의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현재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와 강남파이낸스센터,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2동 , 삼성동 글라스타워에 입주해 있다. 12월에는 서울국제금융센터 3동에 5번째 사무실을 낸다.

공유 사무실 기업들이 선호하는 서울 시내 주요 오피스 타운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지만, 교통이 편리하고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대다수 창업자들이 선호한다.

외국계 부동산 중개회사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나 개인 사업자의 경우 교통이 편리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좋은 사무실을 원한다”며 “적은 비용으로 주요 업무지구에서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는 공유 사무실의 인기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유 사무실 기업은 단순히 사무실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별도로 관리하고 회원 간 만남의 기회를 주기로 한다. 회계·법률자문 등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공유 사무실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다. 공유 경제 전문 사이트 데스크매그(Deskmag)에 따르면 공유 사무실 이용자는 2011년 약 4만3000명에 불과했으나 2015년에는 51만여명으로 급증했다. 공유 사무실 숫자도 2011년 1130곳에서 2015년 7800여곳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났다.

한국의 공유 사무실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위워크, TEC 등 글로벌 기업과 르호봇, 패스트파이브, 토즈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