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 중 마지막까지 대표팀을 지켰던 차두리(36)가 27일 돌아왔다. 지난해 3월 31일 한국과 뉴질랜드의 친선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 지 577일 만이다. 차두리는 이날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팀 전력분석관에 선임됐다.

그야말로 '긴급 투입'이다. 차두리는 독일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던 중 갑작스럽게 축구협회로부터 부름을 받았다.

대표팀 코치가 되기 위해선 A급 자격증이 필요한데 차두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자격증만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명칭은 전력분석관이지만 차두리는 사실상 코치직을 수행할 전망이다. 축구협회는 논란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차두리를 불렀다고 한다.

두리만 믿는다 -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던 차두리는 ‘투지의 한국 축구’를 상징했던 선수다. 지도자 연수를 떠났던 차두리가 27일 한국 축구 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돌아왔다. 이날 서울 아산정책연구원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차두리.

이용수 협회 기술위원장은 "자격증 때문에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문제가 된다면 위원장인 나를 욕해줬으면 좋겠다"며 "(차두리가) 대표팀 분위기를 이끌어 가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차두리가 내년 A급 자격증을 따면 계약을 다시 해서 정식으로 코치진에 합류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0경기 가운데 4경기를 끝낸 대표팀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은 지난 12일 이란에 패하면서 조3위로 내려앉았고, 이 경기를 전후해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균열이 있다는 얘기가 터져나왔다. 차두리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명한 건 팀(한국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무엇인가에서 엇박자가 나 감독, 선수, 경기력까지 모두가 밸런스가 안 맞는 게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협회는 차두리가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차두리는 은퇴 전 슈틸리케호에서 맏형 역할을 하며 현재 대표팀 선수들 대부분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계속해서 선수들과 소통을 해왔다.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선수들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과 독일어로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로 각별한 관계이기도 하다. 그는 대표팀 은퇴 이후에도 슈틸리케 감독과 계속 만나 밥을 먹기도 하고, 이란전 이후에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차두리 선임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두리는 이날 최근 성적 부진과 말실수로 질타를 받은 슈틸리케 감독을 적극 옹호했다. 차두리는 "지금 슈틸리케 감독이 겪는 일은 나의 아버지인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1998년 월드컵 때 겪었던 일(대회 도중 경질)과 비슷하다"며 "아버지를 대통령까지 시켜야 한다고 했다가 경기 결과가 나쁘니까 나라에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내몰았다. 그랬던 사람의 아들로서 지금 슈틸리케 감독이 겪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차두리는 '대표팀 선배'로서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길 원했다. "대표팀은 잠시 왔다가 가는 곳이 아닙니다. 항상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합니다. 물론 책임은 감독의 몫입니다. 하지만 독일 속담에 '자기 코를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수들도) 스스로 반성해보라는 얘기입니다. 선수들 스스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대표팀은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과 월드컵 최종 예선 5차전을치른다.